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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필구 Nov 03. 2022

한중망

그날의 사고

새벽이었다.

그당시 내가 근무하던 곳은 도심지 외곽에서도 한 참 더 들어가야하는 곳이었다. 내가 근무하고 있던 도시에서 그 곳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출동이 많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사이에서는 꽤 선호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렇지않아도 거리가 꽤 되는 출퇴근 길이 훨씬 더 길어져야 했기때문에 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계속 거리 문제로 기피해왔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없이 내가 그리로 가게 되었다. 내가 출퇴근만 50분이 걸린다고 걱정하자 그곳에서 근무했던 선배들이 말해주길

"거기는 울면서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온다."고 하셨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처음엔 가기싫어서 울면서 들어갔다가 나중엔 나오기 싫어서 울면서 나온다는 거지."

"아~ 그정도에요?"

"그래 좀 쉬다와. 바쁜데 있었으니깐 한 번은 조용한데 가보는 것도 좋지."

난 뭔가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기대감은 바로 근무 첫날 깨져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근무 첫날 처음 본 사람들과  조심스럽게 인사를 나눴.

"잘부탁드립니다."

"아뇨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우린 클리셰이가 넘치는 인사들로 우리들의 대화를 채워 나갔다.

인사이동이 있는 날은 아무래도 어색하고, 사무실이 조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주변에서 막 지어지고있는 아파트들이 완공되고 사람들이 들어온다면 분명 이곳도 바빠지겠지만 아직은 밤만 되면 별이 보이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정겨운 시골냄새가 풍기는 곳이었다. 주변에 불이 켜져있는 곳은 우리가 근무하는 곳과 신축 공장 몇 군데가 다였다.

오랜만에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둥글레차를 한 잔할 여유가 생긴 듯 했다.

같이 근무하게 된 직원들과 이런저런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여기 오기전에 어디서 근무하셨어요?"

"저는 XX센터에서 근무했습니다. 반장님 말씀편하게 하세요 제가 한참 후배고, 한참 어립니다."

"아 그럼 그렇게 해도될까요?"

"네 그럼요."

"그래. 여기 오니까 마음이 편하다. 정말 지금까지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어."

"진짭니까? 여기 좋다고 듣긴했었습니다."

"그래 조금은 긴장 좀 풀수 있겠지?"

"네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때였다. 출동벨이 울렸다. 교통사고였다. 잠시 긴장을 풀고있던 탓에 금기어를 남발하고 만 내 자신이 싫어졌다.

여기는 막 아파트가 올라가고 상가도 조금씩 지어지기 시작하는 신도시였다. 저녁이 되면 사람은 별로 없지만 신도시 답게 주변도로는 깔끔했다. 그래서 가끔씩 폭주족이 차가 없는 틈을 타서 레이싱을 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밤늦게 운전하는 사람들은 차가 별로 없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평소보다 훨씬 더 속도를 내서 달린다. 곳곳에 과속카메라가 있었지만 저녁시간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디어디에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는지는 눈감고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종종 신호도 무시하고 달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시간때의 이 부근 교통사고는 고속도로의 교통사고 만큼이나 그 정도가 심각했고, 사고자들의 상태 또한 위중했다.

 그때 우리가 나가고 있던 출동도 3중추돌이었다. 인근 센터의 3곳에서 구급대가 출동했고, 지근에 있던 구조대도 출동했다.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다른 구급대가 1대 도착해있었고, CPR(심폐소생술)중이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구급대의 선임이 나에게 지시를 내렸다. 밑에 있는 승용차 안에 사람들을 살펴보라고.

우리는 얼른 승용차로 달려갔다. 시동이 켜져있는 상태로 덩치 큰 성인 남자 둘이 의식을 잃은 채로 있었다.

시동을 끄려고 차문을 열었다. 놀랍게도 차 안에는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코를 골고있었고, 앞쪽에 앉은 남자는 우리가 차문을 열자 막 깨어나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사고를 당한지도 모르는 듯 했다. 상태를 확인하기 전이기에 운전석에 앉은 사람에게 경추보호대를 채우고 척추보호대까지 채운 다음 차안에서 내리게 했다.

신체반응도 정상이었다.

"술드셨어요?"라고 우리 직원이 물어보았다.

"....."

대답을 하지 않았다.

"환자분 혹시 술드셨어요?"

다시 물어보았다.

"네 조금요."

"예 알겠습니다 우선 차안에서 검사 더 해볼게요."

우린 우리 다음에 온 구급차에 운전자를 인계하고, 뒤에 있던 남자를 차안에서 빼냈다.

빠져나온 남자는 누운상태로 눈을감고 욕을 하며 발길질을 해댔다.

알 수 있을거 같았다. 음주운전차량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것을. 난 순간 구급대원의 본분을 잃고,

누워서 욕하며 발길질을 하고 있는 이 남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자기들때문에 중년의 한 남성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알고 있어도 지금 이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남성은 같이 있던 대원에게 맡기고 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다른 구급대로 도울게  있나하고  달려갔다.

1.5톤 트럭에 탑승하고 있는 환자는 무릎과 차사이의 좁은 공간이 사고로 우그러지면서 양다리가 껴있었다.  한참을 그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도착한 구조대가 간신히 환자를 빼냈지만 그상태로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얼마나 장시간 심정지 상태로 있었는 지도 파악할 수가 없었다. 환자를 빼내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환자를 이송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신도시라 가까운 병원이 없었다. 심정지가 온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은 최소 25키로는 달려야했다. 소생률은 더 희박해질 것이 분명했다. 가능성은 가능성의 문제일 뿐이고 구급대원은 작은 가능성이라도 그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야한다. 운전원은 온몸을 긴장한 채로 최대한 빨리 달릴 것이고, 환자석의 대원은 병원으로 가는 동안 환자를 붙들고 달리는 차안에서 온갖 씨름을 다해야할 것이다. 심정지 환자가 병원으로 출발하는 것을 보고, 난 우리가 처음 발견했던 그 코를 골던 환자를 인근병원으로 이송했다. 환자를 이송 후 많은 생각이 거쳐갔다.

 심정지가 오신 분의 차뒤에 여러가지가 실린 것을 보니 밤늦게 까지 일을 하시던 분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히 가정이 있을 거고,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 그리고 누군가의 자식일 것이다. 오늘 그가 이렇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도 음주운전차에 의해서 말이다. 혼자 벌어서 혼자 생계를 책임지는 가정은 가장을 잃으면 그 집 전체는 무너진다. 그분의 가족들까지 생각이 나자 내가 이송한 환자가 원망스러운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사고도 꽤 시간이 지났다. 그분들의 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계실까 한번씩 생각이든다.

 수도 없는 음주운전사고 그리고 졸음운전사고를 목격하고 경험을 했다. 정말 안타까운건 음주운전 당사자보다 피해자의 상태가 훨씬 더 안좋다는 것이다. 난 음주운전자를 혐오한다. 그들은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두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운전하는 사람들이다. 제발 그들이 그에 맞는 처벌을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들은 살인자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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