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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필구 Nov 04. 2022

소중한 딸들에게

일전에 이가 부러진 젊은 여성분을 이송한 적이 있다.

어떻게 다친거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었다. 그냥 부딪혔단다. 곳곳에 난 멍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괜찮으니 말해보라고 했다. 끝까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저희가 어떻게 사고가 난건지는 알아야해요."

"제발 그냥 병원 가주시면 안되요?"

"혹시 누구한테 맞았어요?"

"........"

"누구한테 맞으신 거면 말씀해주세요. 혹시 경찰필요할까요?"

"........"

"계속 말씀 안해주시면 저희도 병원에 환자분 인계할 때 좀 곤란해요."

난 폭행이 있었다는 걸 확신했고, 협박이나 말못할 사정이 혹시 있을까 하여 계속 물어보았다.

"혹시 결혼 하셨어요?"

"아뇨."

"그럼 남자친구 분이 이렇게 한거에요?"

"....네."

"네.. 주먹으로 맞으셨어요?"

"아뇨.."

난 주먹이 아니면 무엇으로 때렸을까 흠칫 놀랬지만 다시 물어보았다.

"그럼 뭐로 때렸나요?"

"컵으로요."

"컵요?? "

"네 머그컵요."

"머그컵을 쥐고 때렸나요?"

"아뇨그냥 던졌는데 그게 입에 맞았어요."

놀랄 일이었다. 아무리 이제 갓 10대를 벗어난 사람들이었지만 이들은 성인이었다. 그 단단한 머그컵을 치아가 부러질 정도로 던졌다는건 얼굴이나 눈에 맞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게 다행히(?)치아에 맞은것이었다. 분명 그렇지 않았다면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다시 재차 물어보았다.

"남자친구분이 머그컵을 얼굴에다 던져서 치아에 부딪힌거네요 그럼?"

"네... 혹시 남자친구가 경찰에 잡혀가나요?"

"경찰에 신고하셔야죠. 저희가 해드릴까요?"

"아뇨 그러지말아주세요 제발요."

"왜요?"

"그냥요.. 그럼 교도소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정도로 잘못했음 들어가야죠."

"아뇨.. 저 내릴래요 그럼."

"잠깐만요. 알았어요. 신고안할테니까 타고 계세요. 병원에서 어떻게 다친건지는 말할거구요 저희가 따로 신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네...."

병원에 가는 동안 나는 동생뻘인 환자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남자친구분을 많이 좋아하셔서 신고 안하실려고 하는거에요?"

"그것보다... 무서워서요."

"아.. 남자친구가 조직폭력배나 그런거에요?"

"아니요.. 화나면 이성을 잃어요."

"그냥 헤어지면 되잖아요?....네.. 그런데, 혹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이성을 잃고 그렇게 행동한 적 있어요?"

"아뇨 밖에서는 되게 착해요 친절하고."

그 분은 힘주어 말했다.

"그럼 환자분한테만 선택적으로 분노하는 분 아니에요? 같은 남자들한테는 감당이 안되니 착해지고. 여자들한테만 강해지는 뭐 그런 분 아니에요?"

".... 잘모르겠어요."

"환자분.... 컵을 사람 얼굴에 집어던질 정도의 사람이면요 이미 정상이 아닌거에요. 그걸 왜 젊으신 분이 참고 같이 지내는 거에요? 결혼하신것도 아니고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하더라도 헤어지는게 맞는 거에요. 그리고 좀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요 이러다가 진짜 환자분 갑자기 어떻게 될지도 몰라요. 이런식으로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거면 오늘도 봐요 머리나 눈에 맞았다고 생각해봐요. 이정도로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을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의식 잃고 큰 병원으로 가고 있을거에요. 그럼 누구한테 맞았다고 환자분이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깐요..."

"그러니까가 아니고 경찰에 신고하세요. 신고하시고 남자친구분하고는 연 끊으세요. 그게 맞습니다. 제가 살면서 확신을 가지면서 말하는 경우가 몇번 없는데 오늘이 그날이네요."

"네.."

"경찰에 연락해 드릴까요?"

"....."

"동의 하신걸로 알고 신고하겠습니다."

나는 환자를 이송하면서 경찰에 연락을 했다. 폭행건이고 환자가 신고를 원한다고.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경찰이 왔다.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또 보네요. 이번에도 남자친구?"

"네."

"전에는 유리조각으로 협박하더니 이번엔 무슨 일이에요?"

옆에서 들어보니 남자친구와 그녀는 대학교 근처 원룸에서 사는데 남자친구의 상습폭행 때문에 몇번이나 경찰이 출동을 했었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경찰서에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었고, 여자친구는 고소를 했다가 취하했다가를 반복했다고 한다.

 난 경찰들이 오기전에 내가 환자분을 구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고 나서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 난 다른 곳으로 근무지를 옮겨 그 여자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전의 경험들을 비추어 봤을 때 여전히 남자친구의 올가미에 걸려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거 같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 이제 그 두 명다 서른쯤 되었을 거 같은데. 여자분은 거기에서 벗어낫기를 또 남자친구는 혹시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면 이제 안그러고 살기를 바래본다. 헛된 바람일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딸아이의 아빠가 되고보니 젊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그런 위험한 상황들이 이제는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딸들일 그녀들이 마음에서 좀처럼 떨쳐내기가 힘들어진다.


나의 감정에 이입해서 쓰자면


여러분은 누군가의 너무나도 소중한 딸입니다. 스스로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자신보다 더 여러분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여러분의 작은 상처가 그 사람에게는 더 없는 고통으로 다가온답니다.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당신이 희생하고 치뤄야 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프지말고, 행복하세요. 그리고 그 행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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