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출동(두려움과 외로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들(2)

by 홍 필구

우리는 생과 사의 중간지점에서 처절하게 시간과의 싸움을 하기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슬(?)을 온몸으로 받아 귀가 능력을 상실하고, 개와 늑대의 시간 속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는 사람을 상대하기도 한다.

또 때론 뭔가에 홀린듯한 느낌으로 몇 년 후에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그때의 기억이 꿈과 현실 그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번의 경험은 꿈과 현실 그 중간에서 조금씩 변질되어가고 있는 기억으로 최대한 기억을 살려 적어보려고 한다.

저녁 10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인근 아파트로 가서 신고자의 모친의 신변을 확인해달라던 보호자의 요청이었다.

내용은 '신고자의 어머니가 알 수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알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한다는 것은 신경 문제도 의심해봐야 하기에 급하게 출동을 했다. 다행히 근무하던 안전센터 인근의 아파트고 가끔 나갔던 곳이라 아파트 단지 내의 위치도 제법 알고 있는 곳이었다. 신고자 어머니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를 재확인하는 시간보다 출동 현장으로 가는 시간이 더 빨랐기에 가능한한 최대한의 장비를 신속히 챙겨서 아파트 앞으로 도착했다. 벨을 누르니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흰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현관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셨다.

할머니의 머리스타일과 흡사한 사진


“XXX님이 따님 맞아요? 따님이 어머님이 걱정돼서 저희한테 신고했어요. 어머님 괜찮으신지 좀 확인해달라고요. 지금 불편한 곳이나 평소랑 조금 다른 느낌 혹시 있으세요?”

“.......”

할머니는 말씀이 없으셨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괜찮은데요”

할머니의 대답에는 높낮이가 없었으며, 보통사람의 말보다는 조금 느리게 느껴졌다.

“네 어머님 그럼 저희가 간단하게 혈압하고 몇 가지 검사만 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그러세요.”

대원 한 명이 혈압, 산소포화도, 혈당 등 간단한 체크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님이 저희가 보기에 괜찮으신데, 평소와 어떻게 달라서 신고를 하셨나요? 그리고 어떤 말을 횡설수설하셨나요?”

“아... 그게 엄마가 집에 누가 들어와서 안 나간다고 전화를 거셔서요...”

신고내용은 경찰에 먼저 들어갔어야 할 내용인데 119에 신고한 점이 의아하긴 했지만 혹시나 집에 누군가가 숨어있을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난 전화기를 손에 든 채로 대원 둘에게 갑작스러운 수신호를 했다. 정해놓은 수신호는 없었고, 본능적인 손 움직임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순간 흠칫한 나의 얼굴과 손 모양 등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대원들은 나를 보고 일순간 침묵했으나, 난 '평.소.대.로'라고 묵음으로 말했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고 반대편 어두워진 복도 끝 쪽으로 걸어갔다.

전화기를 들고 난 다시 물었다

“경찰에는 연락하셨나요?”

“아니요.”

“왜 안 하셨나요?”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무슨 일이었나요?”

“며칠 전에 할머니 한 분이 집에 들어와서 너무 시끄럽게 떠든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가보니까 아무도 없었고,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니 대답도 안 하시고, 그래서 그냥 왔었거든요.”

“아..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난 다시 할머니의 집으로 걸어갔다.

“할머니 혹시.. 집 안에 누눈가 있나요?”

“네.”

“누가 있나요?”

“요만한 아이가 둘 들어와서는 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고 있어요.”

할머니가 말씀하신 요만한 아이는 키가 155 정도 되는 할머니의 허리 부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그래요. 어르신 혹시 저희가 그 방안에 들어가서 확인 좀 해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이 방인가요?”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은 불이 꺼져있었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부엌을 지나 오른쪽에 있는 방이었다. 그 방과 외부와 연결되는 곳은 문밖에 없었고 문을 닫고 불을 끄면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질 좋은 수면을 위한 암막커튼이 전혀 필요 없는 그런 공간 이었다. 하필 등이 나가서 불을 켜도 들어오지가 않았다.

묘한 긴장감이 나의 몸을 휘감았고,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벌거벗은 수탉의 영혼이 나의 몸 안에 들어와 강력하게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몸의 털이 주뼛주뼛 선상태로 랜턴을 켜고 방안 이쪽저쪽을 살폈으나 방안에 쌓아놓은 오래된 짐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숨바꼭질하려고 숨소리까지 죽인 채 작정하고 숨은게 아니라면 들렸어야 할 아이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르신 아무도 없는데요?”

“119가 들어올 때 나간 거 같네요.”

“아... 그렇군요.. 아이들이 들어올 때도 엄청 빠르게 들어왔었나요?”

“아뇨. 그냥 들어왔어요 웃으면서.”

"여자아이들이었나요?"

"네 여자애들 둘요"

보통 신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몸의 왼쪽이나 오른쪽이 말을 듣지 않는 편마비가 와있기도 하고, 평소보다 말이 어눌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한쪽에 마비가 와있기 때문에 마비가 온 쪽으로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제대로 걷지 못하고, 구토를 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어느 것에도 해당되는 것이 없었다.

당장 병원에 모시고 가기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들어왔다 나갔다'라는 말 외에는 문제가 될만한 것이 없었다.

귀신을 본 게 아니라면 치매 끼가 조금 있으신가 추측했다.

다시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어머님이 원래 치매 끼가 좀 있으신가요?”

“최근까지는 없으셨는데 저도 검사를 좀 해보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며칠 전에 그 전화 온 것도 그렇고.”

“그럼 아직 검사는 안 받아 보신 거네요. 저희가 어르신 혼자 집에 두기가 좀 그래서 그런데, 혹시 보호자 분이 지금 오실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갈 수는 없고, 이상 없으신 거만 확인하셨으면, 그냥 가시면 될 거 같아요. 제가 내일 아침에 가볼게요.”

“네.. 그럼 저희가 한 번만 더 확인하고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우린 다시 한번 더 동의를 구하고 방안을 확인하고 다시 할머니의 상태를 체크한 후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마침 안전센터로 복귀해 차에서 내리면서 대원 한 명이 말했다.

“좀 무서운데요 하하..”

“무섭긴..”

“겁이 그래 많아서 어떡할래?”

라고 말하며 나머지 둘도 몸에서 따뜻한 액체가 빠져나간 사람처럼 몸을 살짝 흔들어댔다.


잠시 아까의 기억을 뒤로하고 근무 중이었다. 새벽 2시에 신고가 들어왔다. 낯익은 주소와 데자뷔를 느끼게 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신변확인 요청'

우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없이 아까의 그 장소로 향했다.

한겨울의 차가운 새벽 날씨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은 부엌에서 나오는 형광등의 빛에 반사되어 더 하얗게 느껴졌고, 창백하리만치 흰 피부 때문인지 할머니의 입술이 유난히 붉게 느껴졌다. 거기에다 묶지 않고 어깨까지 내린 머리카락을 불 꺼진 복도에서 마주치자 부끄럽지만 우린 그자리에서 조금 겁먹었다. 훗날 우린 정말 무서웠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어르신 신고하셨어요?”

“네.”

“이번에 따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네요?”

“네.”

“무슨 일로 신고하셨나요?”

“개만한 고양이가 들어와서 나가지 않고 있어요.”

“지금은 어디에 있나요?”

“냉장고 뒤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아요.”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고양이가 들어와서 냉장고 뒤에 숨어있는 거라면 복도식 아파트라 가끔씩 고양이가 복도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할머니가 문을 잠깐 열어놓은 틈에 추위에 떨던 고양이가 잽싸게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을수 도 있겠다 생각했다.

“할머니 냉장고 뒤를 저희가 확인 좀 해봐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냉장고 뒤를 조심스럽게 갔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구석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야~~ 옹 야~~ 옹”

우린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숨어있는 고양이가 어쩌다가 같은 곳에 갇힌 동료의 소리에 반응해 주길 기다렸다.

“야~~ 옹, 야~~ 옹”

“음... 없는 거 같은데?”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야~~ 옹, 야~~ 옹.”

“그만해라 밖에 있는 고양이 다 부르겠다.”

“한 번 만 더 해보겠습니다. 야~~ 옹, 야~~ 옹.”

“..... 그만하라니깐.”

“네.”

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에게 걸어갔다.

“어르신 고양이가 안 보이네요 없는 거 같아요.”

“네.”

"알고 계셨어요?"

“좀 전에 나갔어요.”
“아.. 그래요? 저흰 못 봤는데요. 고양이가 엄청 빨랐나 보네요.”

“들어올 때처럼 천천히 걸어 나갔는데요.”

“아.. 그랬군요.. 어르신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시고요?”

“네 고양이 나갔으니 좀 조용해졌네요. 이제 좀 자야겠어요. 나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가기 전에 어르신 혈압만 한 번 재드리고 나갈게요.”

“네.”

우린 어르신의 바이탈(혈압, 산소포화도, 혈당 등)을 체크하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서 할머니의 딸에게 전화했다. 방금 또 출동을 했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검사를 했을 때 어르신 이상은 없어 보이나 저희가 확인을 못했지만 집안에 없는 것을 자꾸 보시는 것 같다. 그래서 보호자 분께 알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연락드렸고, 오셔서 같이 있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얘기했으나 역시나 지금은 올 수 없고, 아침에 방문해서 병원에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할머니에게 다시 올라가서 조금이라도 불편한 게 있으면 바로 신고해달라고 얘기하고 돌아왔다.

뭔가 마음이 계속 개운치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우린 고양이가 지나간걸 못 본건 아니었을까? 진짜 그전 출동에 사람이 숨어있었던 건 아니겠지? 집구석구석을 빠짐없이 확인했었나? 하며 서로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우리는 다행히도(?) 또 한 번 더 같은 장소로 신고를 받았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장 도착하자마 어르신은 아까의 그 모습 그대로 현관문 안에 서계셨다. 인사를 하고 뭐 때문에 신고했는지 물어보았다.

"아이 둘이 고양이와 같이 들어와서 너무 시끄러워요."

"아이 둘은 저녁에 들어왔던 그 아이들인가요?"

"네."

"고양이도 아까 그 고양이인가요?"

"네"

"저희가 다시 확인해봐도 될까요?"

"네"

"어르신. 아이들과 고양이가 없는데 저희가 집안을 다 돌아봐도 괜찮나요?"

"네"

우리는 찝찝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다시 모든 방에 불을 켜고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할머니 저희가 보호자 분께 전화해서 지금 오라고 할까요?"

".................."

한동안 침묵을 하던 할머니는 마침내 말씀을 꺼내셨다.

"네.. 감사합니다."

난 할머니의 대답에 잠깐의 생각을 하다가 다시 물어보았다.

"어르신 무서우셨어요?"

"네.."

"아.. 무서우셨구나.."

"그래서 계속 못 주무셨어요?"

"네."

난 순간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린 현장을 방문해서 우리가 눈에 보이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만 집중을 했다.

어르신이 아픈 곳이 있는지, 지금 집안에 어르신이 말하는 무언가가 진짜로 들어와 있는지.

물론 현장 확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체크 사항이다.

하지만 어르신이 왜 이렇게 비슷한 내용으로 지속적인 신고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냥 몸이 아파서, 치매가 있으셔서라고 나도 모르게 단정을 지어버린 것이었다. 사람을 보지 않고 어르신의 겉모습에서 풍기는 뭔가 모를 신비스러움(?) 그리고 보호자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가족도 저렇게 신경 안 쓰는데 뭐..'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볼 수도 있었던 것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두 질문을 하면서 동시에 머리로는 '아 처음부터 했었어야 하는 질문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좀전과는 다른 억양으로 말했다

"네 출동한 119 구급대원입니다. 어르신이 많이 외롭고 무서워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껏 잠을 못 주무셨다 하시네요. 시간이 시간인지라 힘드시겠지만 지금이라도 오셔서 시간을 같이 좀 보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요? 아...."

"네.. 지금요 무조건 해야 될 일이 있으신 게 아니라면 지금 오셔야 합니다."

난 힘주어 다시 말했다.

"오시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3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네 그럼 그때까지 저희가 어르신 곁에서 같이 있을게요."

사람이 약해져 있을 때 외로움과 두려움은 힘을 합쳐 사람의 정신을 공격한다.

우린 응급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구급차다. 어르신의 생명이 당장 위태롭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할머니가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존재하지 않는 어떤 존재들 때문에 두려움에 떨었을지를 생각하면 잠시라도 혼자 두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보다 보호자는 일찍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왔고, 그제서야 우리는 현장을 떠났다.

난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그리고 주변의 환경에 속아 보아야 할 것을 못 보지 않으려고 지금도 무단히 애쓰고 있다.

외로움과 두려움 모든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마주쳐야 할 대상이다. 그 상황이 생겼을 때 누군가 한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옆에 가까이에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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