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기간 4년, 결혼생활 2년 총 6년 간 서로를 알고 지내온 국제 부부이지만, 평생을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다 보니 크고 지금도 크고 작은 생활의 차이점들이 있고, 이러한 차이점들이 결혼 생활에 반영되다 보니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 속의 모습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모습으로 와닿는 듯하다.
우리 부부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어떤 글로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하다가 오늘은 사람들이 신기해하거나 재미있어하는 (주변 지인들 피셜 또는 뇌피셜), 조금은 특별한 우리 부부의 일상 속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로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거실 구석에 TV를 놓은 이유
한국인에게 익숙한 거실 풍경
자, 지금부터 가장 일반적인 가구, 가전제품의 배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집의 구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구조가 있을 것이다.
냉장고는 주방에 (구조에 따라 주방 팬트리 또는 베란다에), 옷장은 안방 또는 옷 방에, 세탁기는 베란다 또는 세탁실에 배치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가구와 가전제품의 배치가 있다.
그렇다면 TV는 어떻게 배치하는가?
10명 중 8명은 거실 벽 한가운데, 가장 좋은 곳을 차지한 TV 배치를 떠올릴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전부터 우리는 거실의 벽 한가운데를 차지한 TV 배치에 익숙해져 있었다.
낯설지만 인상 깊었던 이스탄불의 거실 풍경
2020년 1월, 아내와 서로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마치고 결혼에 대한 승낙을 받고자 이스탄불로 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미리 연습한 서툰 터키어 인사말로 장인어른과 장모님, 가족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집 안으로 들어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계속해서 편히 있으라 말씀해주셨지만 나는 그저 잔뜩 긴장된 미소로 초조함을 감추며 소파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절반만 걸친 채 앉아있었다. 장인어른, 장모님과 아내가 담소를 나누며 차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그제야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집을 둘러보았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먼 나라에서 찾아온 낯선 청년을 위해 준비해 주신 음식들로 맛있는 냄새가 가득 풍겨오는 주방, 거실의 가운데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을 수 있는 소파와 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주방과 거실의 창문들을 지나 거실의 벽에는 가족들의 사진이 진열되어 있는 진열장이 있었고, 진열장을 지나 거실의 가장 구석 남은 공간에 TV가 들어가 있었다.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할때도 TV는 거실 구석에 자리한 채 이따금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하려는 듯 조금씩 화면을 번쩍일 뿐 누구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모든 가족들이 돌아간 늦은 시간이 되고 나서야 장인어른은 그제서 TV로 조금씩 시선을 돌리실 뿐이었다.
아내의 가족들에게 TV는 그 정도 의미였다. 가족들이 없을 때,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하나의 가전제품.
그 외의 시간에는 가족들과 시선을 맞추면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신혼집혼수 준비를 할 때 우리도 거실 한 구석으로 TV를 놓자고 이야기했고, 아내는 거기서 더 나아가 TV를 두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차마 TV를 두지 않을 용기는 없어 거실 한켠에 TV를 놓는 것으로 합의했다 ㅎㅎ)
오늘도 퇴근한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이야기 나누고, 함께 따듯한 차를 준비한다. 찻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이야기하며 거실 구석에 놓인 TV를 보며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많이 눈 맞추며 이야기하고, 더 많은 생각을 나누고, 더 많이 사랑하는 결혼 생활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