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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Jul 11. 2024

우쿠렐레는 발음을 거듭할 수록 귀엽다.

우쿠렐레가 나와 함께 하기까지의 여정 

나에게는 태국에서 300밧으로 구입한 우쿠렐레가 있다. 우쿠렐레라는 악기를 꼭 배워야겠다는 욕심에 구입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악기를 배워야 한다면 그것이 우쿠렐레가 좋겠다는 소망정도였다. 


바야흐로 6년 전, 첫 배낭을 메고 떠났던 시절에 만난 L을 통해 우쿠렐레를 처음 알았다. 우쿠렐레를 발음할 때면 입을 한동안 오므리다가 펴지는 형상이 꽤 앙증맞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는 L과 함께 꽤 오랜 여행을 했고,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한 번은 코로나가 남미까지 발발되어  국경이 폐쇄되기 시작하였고 모든 이동수단이 중단되었을 때였다. 우리는 두려움을 단단히 숨긴 미소를 띤 채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로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도착한 칠레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이동할 때, 장난기가 많은 택시 기사를 만났다.  그는 짐을 옮길 때 보았던 우쿠렐레를 기억하곤 연주를 부탁했다. 이 상황이 재밌었던 우리는 흔쾌히 수락을 했고, 달리던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악기를 꺼내어 작은 콘서트를 시작했다. 약 30분 동안의 이동시간 동안  언니는 우쿠렐레를 연주했고, 나는 에그셰이커를 열심히 흔들며 'lemon tree' '구애' 등등을 불렀다. 숙소에 강제로 방에서 지냈어야 했던 설욕, 갑자기 취소된 버스 운행으로 환불받지 못한 티켓 값 등 그동안의 긴장, 불안감 등이 노래를 타고 택시 밖, 저 지구 밖으로 흘러나갔다. 


그러한 한 편의 기억이 강렬히 나를 흔들었고 우쿠렐레를 사야 한다는 소명까지 이르렀다. 그나마 태국이 물가가 싸니, 이곳에서 구입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가난한 여행자의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100원을 아끼기 위해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몇 킬로를 거뜬히 걸어가고야 마는 마음 말이다. 그 만원이 아까워서 고민을 거듭거듭 했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당일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마음으로 우쿠렐레를 사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중고 마켓을 뒤적인 끝에 지금의 우쿠렐레를 찾아냈다. 


거래 시간은 2시, 비행기 시간은 6시 40분이었다. 빠르게 거래를 마치고 호스텔에서 짐을 챙긴 후에 공항버스를 탈 계획이었다. 구글맵에서 약속 장소에서 호스텔까지 지하철로 20분 거리, 호스텔에서 공항까지 버스로 30분 걸린다고 했다. 약간 빠듯했지만 계획대로만 된다면 충분히 도착하리라 생각했다. 느긋하게 거래 장소 근처에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거한 외식을 하면서 당사자를 기다렸다. 띵동 알림이 울려 폰을 보니,  거래시간 30분 전, 갑자기 당사자가 30분 정도 늦는다는 말을 전한다. 마음이 순간 덜컥하면서 조급해진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없는 것은 없기에 최대한 마음을 누르며 더 천천히 밥을 먹으면서 시간 계산을 다시 한다. 약속장소에서 호스텔까지 우버 오토바이로 10분 거리, 호스텔에서 공항까지 버스로 30분, 정 안되면 호스텔에서 공항까지 택시를 타자.


 빠르게 거래를 마치고 오토바이로 호스텔에 도착하니. 3시. 호스텔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15분이라는 구글맵이 뜬다. 급한 대로 우버를 불러서 탔다. 길이 이미 막혀서 차도 설렁설렁 움직였다. 친절한 기사 아저씨는 몇 시 비행기냐고 묻는다. 6시라 말하니 고속도로 대신에 국도로 가도 충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은 점점 4시로 빠르게 향해가고 있었고, 참다못한 나는 그에게 빨리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더니 그가 어차피 6시면 충분하다는 말을 한다. 그의 말에 뭔가 이상하여 6시면 적어도 4시까지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미러로 나를 커진 눈으로 쳐다보며 왜 그걸 이제야 말한다고 한다. 아차 싶었다. 어쩌면 그는 비행기 시간과 버스 시간이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가령 버스는 5분 전에 뛰어가면 탈 수 있는 것처럼 비행기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당연하게 6시 비행기면 적어도 2시간 전에 혹은 그보다 더 일찍 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은 타 본 자들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아저씨는 운전에 초집중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사용한 당연한 생각들이, 이로 통해 나온 말들이 부끄러워 말을 아꼈다. 택시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택시 기사님과 조금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들어가 빠르게 수속을 밟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순조롭지 못했다. 시드니는 e visa가 필요한 것이었고 나는 맨몸이었다. 전 날, 구글검색을 통해 대충 쓰윽 알아본 나를 떠올렸다. 다행히도 나에겐 30분이라는 여유 시간이 있었고, 그동안에 빠르게 앱을 설치하여 사진을 등록하고 돈만 내면 됐다. 하지만 왜인지 카메라가 작동이 잘 안 되어 내 얼굴을 앱이 인식하지 못했다. 최대한 다른 각도로 사진을 이리저리 찍었다. 누가 보면 체크인 수속대 앞에서 무슨 인증샷을 저리 찍으냐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싶을 만큼. 10분이 지났다. 머리를 굴려 하얀 배경을 찾았다. 눈앞에 체크인 수속대 앞판이 눈부실 정도로 새하야게 보인다. 다행히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 앞에서 쪼그려 앉아 카메라를 얼굴에 대본다. 하얀 배경덕택인지 다음 창으로 넘어가는 메시지가 떠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내 손으로 들어온 우쿠렐레였다. 사실 환승하는 와중에 또 일이 생겨서 다음 비행기를 거의 놓칠 뻔했지만 이는 생략하고. 결과적으로  30분만 늦었어도 만원을 아끼기 위해 사십만 원인 비행기 티켓값을 잃을 뻔했다. 가끔 바닥에 대충 널브러진 우쿠렐레를 보면 그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펼쳐지고 이내 헛웃음을 나온다. 괜히 괘씸해진 마음에 빠르게  우쿠렐레를 집어 케이스 안에 집어넣어 정리한다. 


“어이구 너 때문에” 



사실은 나 때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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