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Jun 03. 2024

시가 지나가는 자리

3. 은유은유하는데 은유가 무엇인가요?

은유를 이야기할 때 일 포스티노(우체부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즉흥시를 들려주는 대목이 있는데 한번 볼까요.



섬은 바다가 너무 많다

바다는 육지를 넘나들며

좋다고, 아니 싫다고

오지 말라고 말을 한다

푸른 물, 거품

파도가 싫어, 싫어 하면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바위에 부딪치며 난 바다야

하지만 바위는 들은 척도 안 한다

그저자 파도는 일곱 개 초록 바다의

일곱 개 초록 호랑이의

일곱 개의 초록 혓바닥으로

만지고 키스하며 핧아주고 가슴을

두드리며 반복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네루다 : 어떤 것 같아?

마라오 : 단어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네루다 : 바다처럼 말이지?

마리오 : 맞아요. 바다처럼

네루다 : 그런 운율이라는 거야

마리오 : 멀미까지 느껴졌어요

네루다 : 멀미?

마리오 : 마치 배가 단어들로 이리저리 튕겨지는 느낌이었어요

네루다 : 배가 단어들로 튕겨진다고 “

마리오 : .....

네루다 : 방금 자네가 한 말이 뭔지 아나 마리오?

마리오 : 아뇨, 뭐라고 했는데요?

네루다 : 그게 은유야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에 멀미를 느낀다고 말합니다. 멀미를 단어들로 튕겨지는 배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이 은유입니다원관념인 A(멀미)를 보조관념인 B(단어들로 튕겨지는 배)로 표현한 것입니다. 멀미는 단어들로 튕겨지는 배가 가능한 것이죠. 은유를 가능하게 하는 유사성은 울렁거리는 느낌입니다. 멀미도 단어들로 튕겨지는 배도 울렁거리겠지요.  이렇게 유사성에 기대어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은유입니다.


추일서정(秋日抒情)에 나타난 은유를 살펴볼까요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涼)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김광균, 「추일서정(秋日抒情)」 전문 


  원관념(A)를 보조관념인 (B)로 표현한 것이 은유라고 했던 말 기억하시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가 은유입니다.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도 낙엽을 나타낸 은유적 표현입니다. 반복되는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을 생각하게 한다’로 슬쩍 비껴갔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는 길을 구져진 넥타이를로 은유한 표현입니다. 모두 유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포플라나무 줄기를 근골(筋骨)로 표현한 부분도 의인법이자 은유법입니다. ‘나무 줄기가 사람의 근골이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는 멀리서 바라본 공장의 모습이 날카로운 이빨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은 구부러진 철책이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듯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위에 “셀로판지(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는 표현은 ‘가을 구름은 셀로판지(紙)다’의 은유적 표현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추일서정은 ‘은유의 보고(寶庫)’라고 할 만합니다. 


   일 포스티노(우체부)와 추일서정을 통해 은유를 살펴보았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원관념(A)를 보조관념인 (B)로 표현할 때 유사성에 근거하되 참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쓰는 은유를 사은유라고 하죠. 죽어 있는 은유라는 의미입니다. 


  죽은 은유로는 독자의 감성을 울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작가의 이전글 감격을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