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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n 03. 2024

감격을 위하여

     

   감격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뭉클한 감정을 의미한다. 감격은 일반적인 기대 수준을 넘어설 때, 그러니까 평상심이라고 하는 경계선을 무너뜨릴 때 일어난다. 시와 소설, 혹은 드라마, 영화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일까. 감격은 크게 감동함이란 의미가 있으니 감동보다 큰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뭉클함은 어디에서 올까. 가슴을 건드리는 촌철살인의 지점이 우리 삶에는 있기 마련이다. 문학은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나는 언제 감격을 맛보았을까.


  폭풍에 뿌리가 거의 뽑혀 거의 넘어질 듯 쓰러져 있으면서도 가지에 푸른 잎을 달고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감격했다. 일반적인 의지를 넘어선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 남짓 밖으로 나온 뿌리는 아직 흙덩이를 움켜쥐고 있고 반의 힘으로 꽃을 피운 나무의 안간힘이 나를 멍하게 서 있게 했다. 철사가 나무의 몸통을 파고 들어간 모습을 봤다. 나무는 철사를 감싸안으면서 자라났다. 생명의 경이로움이, 생명의 지혜로움과 인내가 나를 감격하게 하는 것이다. 


  감격의 지점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단계를 밟아야 한다. 결코 꽃을 피울 수 없는 환경, 즉 태풍이라는 환경이 주어지고 뿌리가 뽑히는 역경도 함께 들어와야 한다. 그런 악조건에서 꽃을 피우려는 나무와 도저히 일어설 수 엇는 환경에서 다시 일어서는 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가 오버랩되고 마침내 꽃을 피운다면, 한 사내의 의지가 결실을 맺는다면 나는 기꺼이 감격한다. 

  그러니 감격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어떤 지점에서 형성되고 올라오는 감정으로 보고 싶다. 문학에서 상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상황에서 주인공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주제와 관련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황을 이해하고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파악하면 작가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회피하느냐, 맞서 싸우느냐, 체념을 하느냐, 인내하느냐, 우회하느냐  등등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감격은 또한 알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아는 만큼 감격의 폭도 커진다. 아무 것도 모르는 분야에서 감격하는 일은 얉은 감격이다. 바둑을 두는 분은 바둑 한 알에 감탄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명화 한 점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피아노 연주에 눈물을 흘리고 시를 쓰는 사람은 시 한 줄에 감탄을 을 한다. 그 수준까지 이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알고 나면 겉에 드러나지 않는 속까지 알게 된다. 노력의 시간, 눈물의 시간, 돌아섬의 시간까지 고스란히 스며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의 감격이란 분야를 모르는 사람이 느끼는 감격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다


   감격에서  '격'은 격하다와 연결된다. 격하다는 몹시 급하고 거세다, 크고 빠르고 거칠다, 벌컥 성을 내거나 흥분하다의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하면 격하다는 일반적인 고요함과 평온과는 거리가 멀다. 격하다는 요동치는 변화의 상태이고 변혁이며 변화를 일으키는 지점이다.  평온의 상태가 아니고 변화와 전환이 지점이이다. 


  살면서 이런 감격은 몇 번이나 올까. 드라마나 영화나 말고 혹은 책이나 매체를 통해서 말고 일상 생활에서 이런 감격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순간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부활한 예수를 만난 도마가 창에 찔린 예수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 만졌을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일어나 상대를 ko시킨 선수를 바라보는 관객의 심정은 어떠할까. 마지막 남은 연장 1분에 동점골과 결승골을 넣었다면 어떨까.

  

   내가 감격한 날은 태아의 심장 박동소리를 들은 날이었다. 쿵쾅쿵쾅쿵쾅 들려오는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듣고 나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바보처럼 감격스러워 한참을 울었다. 무엇이 나를 울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생명성이다. 생명이 감격이다. 죽은 대지를 깨우고 일어서는 봄이 왈츠가 감격스럽다. 고요한 상태에 머무르는 정지가 아니라 요동치는 변화이며 살아 꿈틀러기는 용트림이 봄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기의 심장 뛰는 소리리를 들으며 자연을 느꼈다. 무한한 생명을 느꼈다.


  그러니 감격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일이고 모르는 일을 알아가는 일이고 생명성을 느끼는 일이다. 느끼는 일에 부지런하고 싶다.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감성이 죽지 않도록 매번 감격의 회초리를 맞고 싶다. 글을 쓰는 일은 살아 숨쉬는 일이고 감격하는 일이다.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삶 속에 꿈틀거리는 생명성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다. 내 안과 밖의 생명을 느끼고 맛보고 같이 호흡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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