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없는 말들 앞에서

물러섬으로 지키는 온기에 대하여

by Lila

이제는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아이들과의 거리가 물리적인 척도와는 무관하게 아득해짐을 느낀다.

그들은 내가 낯선 세계에 빠져 변했다고 말한다. 모니터의 빛을 오래 마주하고, 입을 닫고, 생각의 결을 만지작거리는 내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늙은 집착처럼 비치는 모양이다. 그들의 세계는 빠르고 명징하며 쉽게 공유되지만, 나의 시간은 침묵 속에서 더디게 흐른다. 속도가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할 때마다 공기 중엔 미세한 파열음이 인다.


"그거, 남들 다 하는 거잖아. 별거 아니지 않아?"


가볍게 던져진 말들이 가슴 한복판에 툭 떨어진다. 해보지 않은 이들이, 땀 흘려 본 사람의 시간을 납작하게 줄여 부르는 순간을 나는 묵묵히 견딘다. 과정의 두께보다 결과의 부피만을 재단하는 그 쉬운 말들 앞에서, 나는 화를 내는 대신 긴 숨을 내쉰다.


시도의 무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다가 멈춘 자리가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응축임을, 직접 걸어보지 않은 발은 알지 못한다.


굳이 설명하려 애쓰지 않기로 한다. 설명을 덧붙일수록 본질은 흐려지고, 이해를 구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가르치거나 설득하는 대신 조용히 한 발 물러선다. 이것은 포기가 아니라,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거리 두기다. 모든 관계에는 존중이 닿을 수 있는 한계선이 있고, 그 선을 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 역시 어른의 몫이다.


엉킨 실타래를 억지로 당기면 끊어질 뿐이다. 마음을 푼다는 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긴장이 스스로 느슨해질 때까지 가만히 두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에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무게 없는 말들에 나를 함부로 내주지 않겠다는 기준만은 단단히 세운다. 경계는 차가운 벽이 아니다. 이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적당한 온도다.


오늘은 풀지 않는다. 각도가 스스로 느슨해질 때까지, 그대로 둔다.



이 기록은 혼자가 아니다.

같은 톤의 글이 매거진 **《마음의 각도를 풀다》**에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