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를 잃은 말들

정무감각은 눈치가 아니라 구조 독해력이다

by Lila

흔히 정무감각의 부재를 눈치의 영역으로 치부하곤 한다. 공기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투박한 언어로 불협화음을 낸다는 식의 해석이다. 그러나 본질은 단순한 사교성의 결핍보다 훨씬 깊은 곳에 닿아 있다.


그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구조를 오독하는 상태에 가깝다. 정무감각이 무딘 이들은 자신의 언어가 놓인 좌표를 감각하지 못한다. 지금 뱉는 말이 단순한 의견인지, 상황을 가르는 판단인지, 아니면 책임을 져야 할 결정인지 구분하지 않은 채 허공에 문장을 던진다.


덕분에 회의실엔 토론이 넘쳐나지만, 정작 결정은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 습관적으로 되묻는 질문들은 소통을 위한 개방형 창구가 아니라, 결정의 무게를 타인에게 흩뿌리기 위한 방어기제일 때가 많다.


조직에서의 정무감각이란 사람을 요리하는 기술이 아니다. 내 권한의 한계선을 명확히 인지하고, 발생할 리스크가 누구의 어깨로 향하는지를 계산하는 냉철함이다. 나아가 지금이 나서야 할 때인지, 철저히 침묵해야 할 때인지를 구분하는 시차(時差)의 감각이기도 하다.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가 아니다. 자신의 판단이 어떤 책임의 선(線) 위에서 작동하는지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탓이다. 스스로는 소신이라 믿었던 발언이 조직의 문법 안에서는 월권이나 무책임한 방임으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정무감각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사람을 읽기 전에 구조를 읽는 능력이며,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끊임없이 복기하는 집요한 습관이 만들어낸 구조적 독해력이다.




이 매거진의 글은
감정이 아니라 사고의 좌표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