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어깨를 움츠리고 걷는 퇴근길,
머릿속에 '올해엔 꼭 운동을 해야지' 같은
상투적인 결심이 맴돌기 마련이다.
그러다 발견한 샛노란 바탕의 '요가' 간판.
이건 운명이라기보다 일종의 사고에 가까웠다.
나는 3층으로 올라갔고,
하이톤의 원장님에게 홀려 냅다 6개월을 결제했다.
첫 수업 날,
나는 가장 무난한 검은색 요가복을 골랐다.
'유교걸'로서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용기였다.
가장 뒷줄 구석 매트에 앉아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진짜들이 나타났다.
빨간색 타이즈를 입은 할머니,
형광 노란색 상의를 입은 아주머니,
그리고 분홍색 호피 무늬 바지까지.
우리 동네 '핫피플'은 여기 다 모여 있었다.
잔잔한 음악 속에서
그들은 눈을 감고 기묘한 호흡을 했다.
알록달록한 옷차림과 경건한 분위기의 미묘한 조합.
"타다아사나, 우타나..."
처음 듣는 외계어 같은 구령에 맞춰
화려한 타이즈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나는 눈치껏 그 기기묘묘한 동작들을 따라 하며
간신히 1시간을 버텼다.
마지막 '사바아사나'를 하며
원장님이 아로마 마사지를 해 줄 때
‘아, 요가에 입문했구나‘ 실감이 났다.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다.
수업이 끝나자 사람들은 화려한 타이즈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후드티와 청바지를 껴입고
요가원을 나섰다.
방금까지 사자처럼 포효하던
핑크색 호피 무늬는 정육점으로 향하고,
형광 노란색은 아이를 데리러 갔다.
무채색의 평범한 일상복 속에
저마다의 화려한 비밀을 감춘 채로 말이다.
그걸 보고 있자니 꽤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이웃이지만,
겉옷 안쪽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타이즈를 숨기고 사는 삶.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T자로 파인 보라색 요가복을 하나 샀다.
다음 주부터는
나도 무채색 코트 안에 보라색 비밀을 품고
정육점에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