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도폰과 스마트폰 사이

by 청운서점

아들이 어릴 때였다.

말을 꽤 잘했지만, 가끔 벽에 부딪힐 때가 있었다.

입 안의 근육이 아직 다 발달하지 않아 발음이 따라주지 않는 시절이었다.


그때 그의 ‘근육’은 ‘구뉵’이었고,

‘악어’는 ‘아고’였고,

‘핸드폰’은 ‘핸도폰’이었다.

그 모습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네살 사나이의 자존심은 ‘구뉵’과 ‘아고’와 ‘핸도폰’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힘을 주고,

어깨를 으쓱하며 또박또박 발음해보지만

결과는 언제나 ‘구뉵’, ‘아고’, ‘핸도폰’이었다.


그날도 핸드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 핸도폰은 말이야… 음…”

잠깐 멈춘 뒤,

“엄마!! 스마트폰은 말이야~”

하고 말하며, 아주 뿌듯한 얼굴로 빙긋 웃었다.


벽을 부수진 않았다.

대신 슬쩍 방향을 틀어,

발음이 잘 되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의 벽도 비슷하다.

꼭 정면 돌파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다 보면,

조금 돌아가도

더 매끄럽게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보이기도 한다.


벽 앞에 섰을 때는,

힘주어 ‘핸도폰’을 외치기보다

조용히 나만의 ‘스마트폰’을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