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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월 Jul 24. 2024

인사이드 아웃 2,  24살 사회초년생의 불안이

핵심 신념: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

*본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 2. 주변에 내로라하는 F들은 다 봤다는 영화이자 가볍지만은 않고 또 너무 무겁지는 않은 영화로써 시간이 난다면 꼭 보기를 추천받았다.


어느 금요일 오후, 나는 외근 중이었다. 회사 동료분들 4~5명 정도와 행사를 동행하였고, 행사 주제가 내가 꽤 한동안 들여다본 내용이라 행사 내용을 주도하면서 정리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말이다. '여기선 이게 핵심일 텐데….' 나름 이곳저곳 외부 행사를 다니며 2년 이상 단련해 온 노트 정리의 짬으로 나는 팀원분들과 협심하여 자료정리를 해 보려고 했다. 행사 내용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싶은 앞선 마음에 나는 굉장히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고, 이가 다른 동료분들에게 어떻게 비출지 순간 망각했던 것 같다.


"제가 최종으로 자료를 정리해서 내부적으로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각자 작성한 부분 정리해 주세요."

문자를 남긴 지 몇십 분이 되어도, 행사 내내 시시콜콜한 대화에도 이모티콘 반응을 즉각 남기던 동료분들이 침묵했다.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내내 나는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렇게 왜 자꾸 나대서…. 내가 뭘 안다 해도 얼마나 안다고... 이 사람들 보기엔 내가 얼마나 재수 없었을까.' 그저 잘 해내고 싶다는 나의 의도와 다르게 상황이, 혹은 함께하는 상대가 응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자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별 반응 없는 나의 마지막 메시지를 뒤로한 채 극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96분간에 적절한 러닝타임과 엔딩크레디트까지 완벽히 소화한 후에야 극장은 밝아졌다. 하염없이 흘린 눈물들이 얼굴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을지 부끄러움에 나는 서둘러 얼굴을 훔쳤다. 영화 내내 극 중 주인공인 라일리가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행동과 선택들이 이해됐다. 영화 초반부 라일리의 자아는 긍정적인 기억들로만 쌓여 '나는 좋은 사람이야'는 목소리를 줄곧 내어왔다. 하지만 사춘기로 접어들어 전례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 파도처럼 휩쓸릴 때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부러움, 부끄러움, 지루함, 그리고 불안함이 있었다.

멋진 하키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좋은 친구들과 내내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코치와 고등학교 선배의 눈에 들고 싶은 마음 모두가 라일리가 열심히 노력하여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은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는 가끔 욕심이 나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을 퍼붓는다. 라일리가 하키 캠프를 가서 그랬듯이, 내가 행사에 가서 그랬듯이. 불안함 속에서 이뤄낸 성취들은 왜곡된 자아를 만들어 영화 중후반부를 치달을 수록 라일리에게 속삭였다.


'나는 충분하지 않아.'


 다른 감정들이 라일리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이의 소용돌이는 조용히 시작되었고, 혹여나 지금 하는 모든 것들이 잘못될까 걱정스러운 생각들만 만들어 냈다. '하키팀에 못 들어가면 어떡하지?' '이러다가 망하면 어쩌지?' '이러다가 나는 도태되면 어쩌지?' 불안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는 영화의 장면을 보는 와중, 나는 지난 연초의 입사 아래 나 스스로가 그려내 온 불안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내가 연봉 값 못하는 팀원으로 보이면 어떡하지?' '팀장님이 날 안 좋게 평가하시면 어쩌지?' '팀원들이 내가 재수 없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사회 초년생이라 업무 중 자잘한 실수들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일 테이다.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사가 따끔하게 잘못된 부분들은 짚어주는 것이 합당한 처치도 맞다. 하지만 간간한 실수들과 그를 향한 지적들이 지속될 때, 나는 점점 눈치를 보며 위축되기 시작했다. 작은 일에 혼나기 다반사였고, 쪼그라든 마음으로 업무적인 의견을 목소리 내려니 말도 횡설수설했다. 그런 불안증에 쌓인 경험과 기억들은 내 안에 크고 작은 뿌리를 내려 라일리와 같은 나의 내적인 목소리를 만들어 냈다.


'나는 충분하지 않아.'


핵심 신념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심리학에선 핵심 신념은 '자신', '세상', '자신의 미래'를 판단하고 규정하는 고착된 신념 덩어리라고 한다. 인사이드 아웃 2로 빗대어 말하자면 핵심 신념은 기억의 뿌리들이 일궈낸 "자아 나무"가 내는 목소리 같은 것이다.

자아 나무

핵심 신념은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인지 오류가 다분한 경험의 학습으로 인해 고착되는 것이라 한다. 더불어 이는 곧 실제 '나 자신'이 아님에도 '나'라는 사람을 대신하는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신념에 고착된 방식들은 곧 성격이 된다. 내재화된 무의식의 뿌리 역할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빈번한 업무적인 실수와 부족함에 지적을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아직 미숙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 더 잘해야지~'라는 건강한 생각보다, '왜 나는 이 정도의 연습을 거쳤음에도 이만큼 밖에 못 하지? 실수하면 안 되는데... 나는 바보인가'라는 인지 오류가 생성됐다. 아마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마음이 인지 오류를 야기한 듯하다.


기질, 경험, 신념, 행동들이 모여 우리의 핵심 신념이 고착된다. 이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 행동, 그리고 심리적 현실화에 영향을 준다. 박재연 - 사실은 사랑받고 싶었어 中

매일의 업무 속, 나의 개선점들이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으로 들춰질 때마다 나는 더 많은 인지 오류를 만들었고, 이는 곧 '나는 인정받을 수 없는 부족한 사람이야'라는 핵심 신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나의 핵심 신념은 아주 작은 일에도 힘을 발휘하곤 한다. 예컨대 행사 후 팀원분들이 나의 메시지에 반응을 안 한 건 그저 퇴근 후 업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었다. 또는 그냥 나의 말에 별생각 없이 해내야 하는 업무로 인식해 반응을 남길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서 나는 "슬픔과 외로운" 감정과 "무기력한" 감각이 들었고, 이는 내가 "얼어붙게" 만든 안전 행동으로 이어졌으며, 더 나아가 "나는 팀원들에게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심리적 현실화를 만들었다.


인사이드 아웃 2중 유독 눈물이 멈출 수 없던 장면이 있었다.

불안이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할 만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장면이었다. 입사 후, 가장 최근까지 나의 상태와 같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사무실 출근 후 내내 우울감에 휩싸여 있던 날이었다. 직장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어느 순간 숨이 가빠오고 심장이 조여오며 주변의 환경이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야 숨을 돌리고 찬찬히 생각해 보니 공황장애 증상이었던 것 같다.

영화속 불안이가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던 순간, 라일리의 숨이 가빠오고 심장이 조여오던 그 순간과 닮아있었다.


나를 불안하게 하는 원인은 뭘까. 아마 나는 사랑받기 힘든 존재라는, 또는 나의 가치는 인정받기 힘들다는 삐딱한 핵심 신념에 비롯된 것이겠다. 우리는 때론 인생에서 크고 작은 상처와 버림을 받는다. 라일리가 소중히 여긴 친구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배신감과 비참함을 느꼈을 때 그녀의 불안에 싹은 틔워졌다. 나 또한 크고 작은 인간관계에서의 상처가 "나는 충분하지 않아"라는 목소리로 내 핵심 신념을 빗어낸 듯하다.


그런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스스로가  충분한 사람임을 증명해내기 위해 더 일에 열심히 매진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참한 사회 초년생다운 실수들뿐이었다. 스스로가 충분하다고 입증해 내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차가운 현실들이 나의 숨통을 조여왔다.


이 영화를 본 후 나는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지만 조금은 정리된 생각들로 극장 밖을 나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불안했던 이유와 원인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 같았다. 이제는 한 발짝 더 다가가 내 불안의 원천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 그것이 나의 핵심 신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혹시 우연히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당신도 나와 같은 경험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나와 함께 이 사실을 되뇌어 보자:

나는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나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어.
우린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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