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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학 Jun 10. 2024

야생화 이야기

19 족도리풀, 서울족도리풀, 무늬족도리풀, 개족도리풀, 자주족도리풀


4월 말경, 산길을 걷다보면 하트모양의 잎 한 쌍이 보인다. 제비꽃잎이 대체로 하트 모양이지만 족도리풀을 당할 수는 없다. 그 잎을 들춰보면 작은 단지 같기도 하고 예쁜 족두리 같기도 한 꽃이 땅에 바짝 붙은 채 피어있는데 바로 족도리풀이다. 꽃은 대체로 짙은 자주색에 커다란 잎에 가려있는 탓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꽃이 땅에 붙다시피 해서 피는 까닭은 보통 개미, 버섯파리, 지렁이 같은 벌레들이 오가며 수정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에 알을 낳고 성충이 될 때까지 꽃을 먹으며 큰다고 한다. 대개 오물이나 썩은 음식을 좋아하는 놈들이라 족도리풀에선 썩은 냄새가 난다. 

족도리풀: 서울족도리풀과 비슷하나 꽃받침 안쪽에 흰테두리 무늬가 없다. 예전에는 꽃받침 열편이 이렇게 뾰족한 것을 뿔족도리풀이라 했으나 지금은 족도리풀에 통합되었다         

꽃에 붙은 전설도 슬프다. 옛날 경기도 포천 땅에 예쁜 아가씨가 살았는데 미모 때문에 궁궐에 팔려가기도 하고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삶이 순탄치 못해 고생만 하다 그만 일찍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러는 동안 딸을 그리워 하던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가 숨진 고향집에 딸이 썼던 족두리 모양의 꽃이 피었다. 야생화에는 늘 이렇게 슬픈 이야기들이 따라 붙는다. 


족도리풀은 가족도 많다. 족도리풀, 서울족도리풀, 무늬족도리풀, 각시족도리풀, 자주족도리풀, 금오족도리풀, 개족도리풀 등, 우리나라에만도 10종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전체적인 모습은 대체로 비슷한데, 크기와 무늬가 조금씩 달라 눈여겨보면 어렵지 않게 구분이 가능하다. 꽃은 꽃잎이 없고 꽃받침통과 세 조각의 꽃받침으로 되어 있다. 모양을 비교하며 익히는 게 좋을 듯 싶어 각 사진마다 특징을 간단하게 붙여놓는다.


서울족도리풀: 꽃의 크기가 족도리풀과 비슷하나 꽃받침 안쪽에 흰테두리무늬가 있다. 가장 일반적이라 사람들이 족도리풀 하면 대개 이 꽃이다.
무늬족도리풀: 꽃이 족도리풀의 반 정도 크기다. 잎과 꽃에 무늬가 있다
개족도리풀(사진: 대낭) 무늬족도리풀과 비슷하나 잎이 둥근 편이고 꽃에는 무늬가 없다. 우리나라 자생종이며 제주도와 남부 일부에만 산다
자주족도리풀: 족도리풀과 전체적으로 흡사하며 잎이 자주색이다.
각시족도리풀: 꽃이 제일 작고, 꽃받침 열편이 뒤로 젖혀졌다. 제주도와 연평도에 살며 멸종 위기종이다.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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