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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학 Apr 12. 2024

야생화 이야기

3. 한국앉은부채, 애기앉은부채

여름꽃은 모양이 대동소이하지만 이른 봄의 꽃은 제각각이다. 처녀치마, 족도리풀, 개감수, 대극, 괭이눈 가족 등 우리가 상상하는 일반적인 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데 척박한 이른 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치열한 생존전략을 취하면서 진화한 결과인 듯하다. 

한국앉은부채: 동그란 꽃대 위를 꽃자루 없는 꽃들이 뒤덮고 있다. 꽃을 둘러싼 두건을 불염포라고 부른다. 불염포는 천남성과의 특징

그중에서도 한국앉은부채(앉은부채의 이름을 이렇게 바꿨는데 민들레를 털민들레로 개명한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이다. 이후로는 그냥 앉은부채라고 부르련다)가 으뜸일 듯하다. 마치 나발(螺髮) 머리의 부처가, 후광처럼 생긴 불염포 안에서 선정에 든 모습이 아닌가. 꽃이 지면서 올라오는 잎이 부채처럼 넓기는 하나, 원래 이름인 앉은부처에서 종교색을 없앤다고 앉은부채로 바꾸었다고 한다. 불염포 안의 동그란 머리가 꽃대이고 철퇴처럼 삐죽삐죽 나온 애들이 꽃이다. 세어보면 108개쯤 되려나? ㅎㅎ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오지만 꽃 없이 잎만 나오는 개체가 많아 정작 꽃을 보기는 쉽지 않다. 

한국앉은부채(설중)

생선 썩는 냄새가 나서 짐승들이 잘못 알고 건드리면서 수정이 일어난다고 한다. 천남성과답게 독성이 강한 터라 멧돼지, 곰 들이 앉은부채를 먹고 겨우내 움추린 내장을 자극해 깨운다는 얘기도 있다. 

애기앉은부채: 크기가 한국앉은부채의 1/5 수준. 잎은 6월에 나왔다가 사라지고 꽃은 8월경에 핀다.                                            

모양이 거의 같지만 생태가 완전히 다른 꽃이 애기앉은부채다. 앉은부채가 2월 얼은 땅을 녹이고 피어나는데 반해, 애기 앉은 부채는 6월 잎이 먼저 나고 그 잎이 지상부에서 사라진 후 8월에 꽃이 핀다. 크기는 앉은부채의 1/5 수준. 지리산에도 있다는데 난 강원도 선자령에서 만났다. 역시 독성이 강하다.  


애기앉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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