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들바람꽃, 회리바람꽃 등
꽃의 신 플로라의 시녀 아네모네를 사랑한 바람의 신 제피로스. 플로라가 그 사실을 알고 아네모네를 내쫓았으나 남편 제피로스는 바람을 타고 따라가 아네모네와 사랑을 나눈다. 플로라는 그 현장을 목격하고 화가 나서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고 슬픔에 젖은 제피로스는 매년 봄이 되면 따뜻한 바람으로 아네모네를 꽃피운다.
꽃 Anemone의 전설이다. 물론 서양의 Anemone는 색이 화려해 백색과 미색의 우리나라 바람꽃 종류와는 차이가 있으나, 둘 다 학명에 anemone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꽃들 이름에 “바람꽃”이 들어간 것도 anemone가 “바람의 딸”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은 속이 달라 학명에 anemone가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바람꽃은 모두 12종이다. 변산바람꽃과 너도바람꽃을 시작으로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들바람꽃, 회리바람꽃이 피고 이어서 태백바람꽃, 나도바람꽃, 남바람꽃, 그 이후 제주도 한라산 고지에서 5월초 세바람꽃이, 설악산 고지에서 5월 중순경 바람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 중 꿩의바람꽃이 전국 각지에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을 뿐, 나머지 꽃들은 지역을 많이 타는 편이다. 만주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들바람꽃, 나도바람꽃, 태백바람꽃은 경기 이북, 또는 강원도 산간에서 볼 수 있으며, 남바람꽃은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세바람꽃은 제주도 한라산, 바람꽃은 살악산 고지에나 가야 겨우 만나게 된다.
특징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꿩의바람꽃: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조각이 바람꽃 중에서 제일 크고 수도 18~13개 정도다.
만주바람꽃: 꽃이 상대적으로 작아 엄지 손톱 크기 정도다. 한 개체에 여러 개의 줄기가 나고 줄기마다 꽃이 하나씩 매달린다. 만주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만큼 북방계 식물이라 서식지가 한정되어 있다.
태백바람꽃, 들바람꽃, 회리바람꽃: 예전에는 태백바람꽃이 들바람꽃과 회리바람꽃의 교잡종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DNA염기서열 분석결과 독립종으로 밝혀졌다. 회리바람꽃과 태백바람꽃은 꽃이 전체적으로 미색에 가깝고 모양도 비슷한데, 대신 태백바람꽃이 훨씬 크다. 태백바람꽃은 우리나라 특선종이며 태백산과 청태산 등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회리바람꽃은 꽃의 크기가 새끼 손톱만 해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들바람꽃은 꽃받침이 흰색이고 수가 6~7개여서 보통 다섯 개인 다른 바람꽃과 구분된다. 잎처럼 보이는 포엽은 세 꽃이 비슷비슷하다.
나도바람꽃은 바람꽃 종류에서도 유일하게 줄기 하나에 여러 개의 꽃이 핀다. 꽃받침 조각은 다섯 개.
홀아비바람꽃: 꽃대 하나에 하나의 꽃만 피어 홀아비바람꽃이다. 꽃의 모양은 남바람꽃과 흡사하나, 남바람꽃이 남부 일부와 제주도에서만 자생하기에 헷갈릴 염려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