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코린토스

반복의 미학

by 밥 짓는 사람

고대 전설 속 인물인 시지프스는 신을 속인 죄로 형벌을 받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바위를 올리고 떨어진 바위를 다시 올리고 , 그 반복 속에서 죄의 사함을 받는 것으로 우리는 생각할 수 있으나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까뮈의 생각으로는 "그는 그 반복 속에서 형벌을 내린 신을 조롱하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하루를 보내는 그곳이 마치 시지프스가 바위를 매일 올리고 굴렸던 그곳

아크로 코린토스 같아서요. 그런 생각을 들게 하고 묵묵히 올리고 돌리고 하고 있습니다.

시지프스는 신을 속였지만 , 저는 제 인생을 속여서 지금 이렇게 고생하고 있습니다. 하고 속으로 되뇌면서 말입니다.


어떤 날, 당신이 보내고 있는 하루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매일이 회색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것을 "일상"이라고 부르고 현실의 간악함이 나를 조금씩 옥죄고 있다고 말을 합니다.


벗어나고 싶은 일상. 혹은 탈출해야 하는 현실. 이 모든 것들을 예전 로마 신화 시지프스에게 대입해서 해석해 보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법일 것입니다.


"그래 , 나의 이 지루한 오늘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나는 이 고행을 통해 신이 얼마나 나에게 사소한 시련을 줬는지 증명하겠어"라고 말해보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닙니까. 어차피 우리는 하루를 이겨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들리지 않는 라디오 대본을 쓰려고 보니 , 글 만으로 라디오 같은 생동감 혹은 친밀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문어체 구어체 같은 구분이 아니더라도 말을 하면서 , 물론 한글에는 성조가 강하게 있지 않아서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와 여러 수사만 잘 고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런 재주는 잘 없어서 아무도 응답 없는 라디오가 될 수 있겠지만, 머 이렇게 지내다 보면 개울에 어항 놓아둔 것처럼 눈먼 청취자 한 명 정도는 생기지 않겠습니까.


사실 오늘은 남기려고 했던 메모가 있었는데 , 깜박하고 놓고 왔습니다. 이 디지털 시대에 말입니다. 메모를 놓고 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두 권의 책에서 좋은 내용을 추려서 오늘의 이야기로 인용해 볼까 했는데

책을 놓고 왔습니다. 내일도 그 자리에 있을 테니 , 제 기억이 유효하다면 내일 다시 올리겠습니다.


좋은 책이니까 오늘은 책 추천을 해 놓고 말이지요.


첫 번째 책은 박완서 작가님의 산문집 '두부'입니다. 책 제목과 산문집이라는 분류를 봐서는 평소에 맛있게 드셨던 음식 중 두부에 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겠지만 , 박완서 작가님 아닙니까.

똑같이 주어진 한글의 자음 모음 그리고 글자 총수로도 담아내기 어려운 "책"을 쓰신 진짜 작가님이십니다.


책 안의 내용은 첫 장부터 그 기대를 배반하고 마치 소설같이 또 저를 끌고 가더군요. 문장 하나하나를 어쩌면 이렇게도 읽고 버리기 아까운 문장을 남겨주셨는지 말입니다. 물론 개인의 호불호 차이는 있겠습니다. 만 저는 이런 식의 문장을 너무 좋아하니까 말입니다. 일단 저는 빠져들겠습니다.


또 한 권의 책은 목차에서 너무 마음에 들어 오늘의 책으로 준비했습니다.


공선옥 작가의 "행복한 만찬" 역시 글쟁이가 칭찬하는 작가. 그리고 이 책은 작가의 음식과 주변의 결합 기억. 저는 그렇게 읽어냈습니다.

다른 분들은 다른 내용으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 같은 느낌으로 읽어냈습니다. 음식은 시간을 , 그리고 기억을 잘 조리해서 지금으로 무쳐내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소한 것들과 그 씨줄 날줄 사이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두드려보는 머 그런 내용.

그 책 속에서 몇 줄 가져 오려했는데


두권 다 놓고 왔습니다. 내일 아니면 다음날 다시 준비해 오겠습니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라고 기록만 남기게 되었네요.


손님 없는 식당에서 "여긴 무슨 음식을 파나요?"라고 질문이 들어오면 먼가 근사한 문장을 던져볼까 하고 책장에 올려놓은 책들이었습니다.

책은 그런 용도로도 아주 좋습니다. 가장 싼 사치품이지요. 가장 안 보이는 허영과 허세의 증명이기도 하니까요.


오늘 이야기는 별것 없었으니 내일 다시 잘 이어질 수 있도록 낮에 메모를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누군가 답글을 남겨주신다면 마치 아마추어 무선통신 주파수 잡은 것처럼


저도 성실하게 인사와 답글을 남기겠습니다. 라디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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