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에피소드
영화 만남의 광장을 기억하십니까
임창정도 나오고 박진희 배우도 나왔던 , 휴전선 근처 마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를 다룬 코믹영화였지요. 지금 찾아보니 개봉은 2007년. 무려 18년 전 영화네요. 사실 말을 먼저 꺼내기는 했지만 내용이 그다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배우의 연기가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류승범의 그것. 산골 오지마을에 부임하는 선생 역인데, 다른 배우들을 만나지도 않고 혼자서 지뢰를 밟아 혼자 생쇼를 하는 연기였습니다.
당시에 극장에서도 보고, 지금도 유튜브에 그 연기 부분만 따로 나오는 클립을 즐겨봅니다.
개인적 취향이 강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 그 스토리도 너무 좋아합니다. 지뢰를 밟아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 웃깁니다. 여러 교훈도 있지요. 산속에서는 함부로 길을 가지 말자. 배 아픈 건 정도가 아닌 길을 들어서면 고생이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지뢰를 밟아서 움직이면 터진다는 것. 다른 용도(?)로 감정이입을 해봤습니다.
까딱하면 죽는다. 하루 일상에서 말이지요. 내가 살고 있는 지금 만약 무언가 게이지를 오버하기 시작하면 죽는다. 아주 오래전 영화 스피드에서는 속도로 그 게이지를 맞췄고요. 주로 액션 영화네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더 록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고 , 아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에서도 이런 장면은 나옵니다. 머 여러 영화가 있고 이건 아주 흔하게 쓰는 Bomb Defuse 기법입니다.
액션영화니까 현실에서는 없지요. 폭탄을 안고 사는 일상 말입니다.
흔하지 않은 경우인데 , 건강이라는 것이 아무리 관리를 하고 준비를 하고 맞이해도 역시 고등 생물인지라 예측 불가한 돌발 상황이 많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우인데 , 머 시시콜콜 병의 이야길 쓰는 것은 재미가 없고 , 사실 그 이야길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늘 혈압이 낮아지게 만드는 약을 먹습니다.
근데 이게 단순히 고혈압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맥박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그 먹는 약이 일종의 안정제 같은 겁니다. 검색을 해보니 무대 공포증 있는 사람들이 입시 때 먹는다고 하는군요.
그러니까 남은 생에 무대에 오를 일이 없는 제가 늘 두근두근 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약을 먹고 있는 겁니다.
좋은 점을 쓰고 싶어서 이렇게 주저리 글을 남기는데요.
일단 , 저는 화를 거의 내지 않습니다. 사실 화를 내거나 욱 하고 치밀어 오르면 몸 어딘가에 혈관이 터진다고 해서 그런 것도 있는데 , 이게 흉하다고 들어서요. 흉한 건 싫어서 참는 연습을 많이 하기도 했지요.
사실 거짓말입니다. 화는 그대로 잘 나는데 , 약을 한 알 먹으면 심리적으로 위약효과가 극대화돼서 그런지 금세 차분해집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주 좋은 동반자를 얻었어요. 약 말입니다.
또 하나는 인생이 무덤덤해지니까 약간은 긍정적이게 됩니다. 수학 공식 같은 건데, 양 변의 끝에 인생의 절망 가난 우울 이룰 수 없는 것들 , 이별하는 일들. 이런 것들을 = 어차피 죽어 로 대차 된 항을 삭제하니까 그 가운데 값은 '그냥 할 수 있는 것들만 챙기면서 열심히 살아 , 그게 다야'가 남습니다. 그 값이 크진 않아서 부자는 아닌데 , 그냥 또 살만합니다.
지뢰를 밟긴 밟았는데 , 그곳에 집도 짓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뢰하고 가짜 약속도 좀 한 것 같습니다.
"네 옆을 떠나진 않을 테니 가끔은 발 떼는 시늉을 해도 모른 척 하렴" 같은 거지요.
그리고, 저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또 알게 되잖아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지옥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처음에는 허세 같아서 좋아했는데 , 저는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저울이 있습니다"로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 저울 위에 무엇을 올려놓은 것인지 잘은 알 수 없지만 , 말 배우는 아기처럼 말입니다.
각자 알아서 무언가를 올리고 내리고 또 올리고 그렇게 살고 있으니 말이지요.
사는 것이 건조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차변에 많은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잘라내서 중간에 결정값이 너무 작고 별 볼일 없을 때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럴 때는 아버지에게 감사드리는 것이 있어요. 낚시를 가르칠 때 말입니다. "잡히는 날보다 안 잡히는 날이 더 많고 낚싯줄 잘라먹고 다시 붙이고 정리하고 하는 날이 많아. 그래도 낚시를 하고 있잖아. 이게 좋은 거야"라고 매번 꽝 조사의 변명을 들려주셨거든요. 그거 도움 됩니다. 어쩠던 별 볼일 없긴 하지만
살고 있지 않습니까. 낚시를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저는 그래서 지금도 지뢰를 밟고 있습니다. 물론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 약. 거짓말탐지기도 통과한답니다. 쓸만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