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참 어려운 글쓰기입니다.

by 밥 짓는 사람

"나도 글을 한번 써볼까?"


나도 작가가 한번 되어볼까라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들 했던 말 중에

"너 음식 좋아하니까 음식 에세이 써"

"너 술 좋아하니까 그런 이야기 좀 쓰면 되겠네"


심지어, 연애 이야기를 좀 긴박하게 몰아붙이는 식으로 쓰면 어떨까?


아! 그것도 있네요. 너의 최애 간식이며, 네가 오타쿠라고 그렇게 주장하는 '떡볶이'에 대한 글을 써보면 어떨까.


물론 저 모든 제안들은 아주 사소하게 지나가듯이 사담으로만 남았고, 저는 시도도 해보지 않은 영역들입니다.

아, 한 번의 거절을 받은 출판 계획서는 있네요. 음식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 실무자에게 거절당했다고 해서 저는 제가 sns에 적어놓은 그 수많은 반페미성 발언. 그리고 몰지각한 욕설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지요.

스스로 세운 방어기제 중 하나가 근사하게 작동했는데 , 제가 전투력이 좋은 게 아니라 '계급적 차이를 극복 못하는 시리아 반군 같은 놈'이라서 간택되지 못했다.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제가 보냈던 원고를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니 그 실무자의 판단은 옳았고 저는 부족했지요.

글이라는 것이 아주 낭만적으로"그래 나에게는 1명의 독자만 있어도 돼"라고 하기에는 참 많은 과정과 노력이 쌓인 후에 책이 되는 것인데 , 그때는 그것을 전혀 몰랐고, 옹졸한 자의식만 가득했으니까 말입니다.


특히 "에세이나 써보지"라고 말해줬던 혹은 격려해 줬던 지인들에게는 솔직히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내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게 가장 온도가 적당한 처방을 내린 후 이 대화는 단절." 시키기 위해 "에세이나 써봐"라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


제가 진짜로 에세이를 써볼까 하고 주제와 목차를 적기 시작했을 때 알았습니다.


차라리 소설을 쓰는 것이 빠르겠다.라고 말입니다.


에세이는 해파리를 상처 없이 잡아서 수족관에 납품해야 하는 수산업자 같았고요

소설은 "머 언젠가 한 마리는 걸릴 테니 밑밥은 좀 뿌려보자"라고 말하는 실력 없는 강태공 같은 느낌?


둘 다 안 되겠지만 밑밥 주는 게 좀 더 쉽겠어요.

해파리는 말입니다. 손 잘못 뻗으면 잡지도 못하고 흐물흐물거리고

일단 경계가 없어요. 물 하고 내용물 하고 말입니다. 아주 미세하고 말랑거려서 멀로 잡아내야 할지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어떤 종은 독을 쏘는 경우도 있어서 잘못 건드리면 두들겨 맞겠더라고요.


저는 에세이 작가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아무 작가도 안되었습니다.

밑밥만 뿌리는 중입니다.


이렇게 게으른 낚시꾼에게도 분명 눈먼 고기 한번 오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또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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