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5년 차. 햇수로만 보면 그럭저럭 생존에 성공한 식당 같다.
공중파 티브이에 1번 , 유명한 유튜브에 서너 번 , 블로그 글도 백여 개 달려있다. 방문자 리뷰도 좀 있긴 한데 가끔 보이는 악플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고마운 노릇이다. 식당을 한다는 것은 무관심해지면 바로 문을 닫는 것이니까. 돈을 내고 밥을 사 먹는다는 것이 점점 더 박한 일이 되어 버려서 말이다.
나는 매달 5일 12일 20일 이 되면 심한 속 쓰림을 겪는다. 5일은 카드 결제일. 12일은 월세 내는 날. 20일은 대출금 납부일과 또 다른 카드 결제일이다. 처음에는 한 가지 미션을 수행하고 나면 그렇게도 뿌듯했다.
가게에 쓰는 물건값을 카드로 같이 결제하다 보니 일반 가정에서 쓰는 생활비 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카드값을 감히 내가 결제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마치 내가 큰 손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반년을 보냈다.
물론 그 와중에 조금씩 새어나가는 지출이 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든 식당이 이렇고 모든 자영업이 이런 식이니 뭐 나만 어려운 일인가. 다들 이렇게 살고 있다.
원고 마감이 끝나는 일을 할 때는 마감이 끝나고 나면 생산이 완료된 것이니, 피곤함과 함께 성취의 에너지도 같이 오곤 했었는데 , 이 식당의 마감이라는 것. 게다가 같이 일을 하는 분이 어머니. 사실상 노모의 기술로 먹고사는 일이라서 하루의 마감, 혹은 주말의 마감이 끝나고 나면 , ' 어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 같은 마음을 먹는다. 절망스러운 색으로 내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 모든 것을 소진하고 난 후의 또 다른 시작을 거부하는 마음. 게다가 , 이제는 식당으로 돈을 많이 벌어 집안을 건사하는 일은 스포츠 스타가 되는 것만큼 희귀한 일이 되어버렸으니 , 별 기대 할 것도 없이 마감을 하는 저녁이 무서울 수밖에.
자영업을 하기 전에는 프리랜서를 했었고, 그전에는 회사원이었다. 역순으로 동경했고 역순으로 욕을 했었는데 말이다. 결국 회사원을 할 때가 가장 좋았단 말인가. 그렇게도 무책임하게 살면서도 돈을 벌다니.
아 아니다. 한 달 중 책임 있는 날과 하루 중 책임 있는 시간을 집중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웃으며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심지어 놀러 다니는 것도 계획을 세웠으니 말이다.
푸념이 길다. 이런 의도의 글은 아닌데 말이다. 가끔 오후에 택배 시간도 제대로 못 맞춰서 내가 차에 물건을 싣고 택배 터미널로 향할 때가 있다. 그때 차에 타서 잠시 심호흡을 하고 시동을 최대한 천천히 걸고, 라디오를 튼다. 그러면 백이면 백. 시간이 일정하다 보니 '배철수 형님의 음악캠프'가 나온다. 그리고 멘트를 잘라먹었던 껴들었던 어제 하던 내용이 이어지던, 딱 5분이면 그 형님의 말 사이로 내가 끼어들 수 있다. 라디오 소리 안에 가라앉아도 되는 시간이다. 안타깝게도 터미널이 너무 가까워 노래 두어 곡 듣게 되면 끝인데, 그래도 임진모 아저씨 안부도 듣고, 여러 가수들 이야기도 듣는다. 게다가 이때 틀어주는 음악 중 운이 좋으면 내가 회사 다니면서 그렇게도 시간을 낭비하던 아름다운 그때의 음악들이 나오니, 첫사랑 회상 하는 것보다 더 뜨거운 피가 솟는다. 성적 에너지의 충만 중 이것은 이성으로부터의 충만이 아니라 요즘 전기차 회생제동 같은 건가?
일하고 있는 내가 여전히 살아있으니 그것을 기억하자! 같은 느낌.
자영업 말고 돌아갈 길도 없으니 라디오 듣는 이 기분이라도 좀 길게 끌고 가서 버틸만한 땔감으로 써야겠다
뭐 이런저런 생각하다 보면 가게는 마감. 아직 하나 더 남았다. 라디오에 한방이 더 있었다.
별밤을 들으면서 다시 집으로 향한다. 별밤은 이문세 형님 이후 디제이와의 교감은 없고, 그냥 별밤 시그널이 흐르면 훈련된 동물 맹키로 생물학적 타이머가 도는 기분. 음캠도 그렇고 별밤도 , 둘 다 내가 별 말을 안 해도 되는 시간이라서 행복하고 , 사실 행복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 익숙하고 거리감 있고. 그런 거 몇 가지가 둘러져 있으니 좋은 거 아닌가.
식당은 충만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해도 저녁이 되면 쭈그러드는 일인데, 라디오 듣는 시간 그 몇 분 정도가 딱 , 요렇게 생긴 쉼표 얻었다. 물론 이 세상에 안 쭈그러드는 일이 어디 있는가. 감정적으로 쭈그러드는 일보다는 몸이 쭈그러드는 게 낫고, 안 쭈그러드는 것보다는 쭈그러들었다가 다시 펴지고 하는 이 가학적 일상 반복이 "그래도 지켜야 하는 생산적 일상'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지 않은가.
아! 고마운 라디오. 저녁만 언급하고 말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감사한 정도가 마치 수상소감 같은데.
그렇다면 아침 방송도. 테이, 그리고 윤상 형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커피 마실 때 좀 근사한 기분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