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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 짓는 사람 Dec 31. 2020

돼지갈비

아버지는 여전히 부재중


어제 아침밥이었다. 아침에 고기가 생각나는 건 연락이 끊긴 아버지가 꿈에 보일 때다.

아버지는 가정에 무심했다. 그런 아버지가 최소한의 역을 수행한다고 느껴지는 건 한 달에 한번 돼지갈비를 사줄 때다. 아버지 회사에서 장학금을 받았을 때도 돼지갈비였고 , 대학교 입학식 때도 돼지갈비였다. 등록금 투쟁한다고 아주 짧은 단식을 끝내고 직접 찾아오셨을 때도 돼지갈비였다. 졸업식날도 굽은 다리 마포 집에서 돼지갈비였다. 당신의 삶에 대한 변명과 아들에 대한 한마디를 하기 위한 자리는 늘 돼지갈비다.

그래서 나는 돼지갈비를 살짝 구워서 먹는다. 말을 길게 듣기 싫어서, 궁핍했던 시간을 감추기 위해서. 살짝 구운 돼지갈비와 쌀밥은 언제나 궁핍한 나를 감싸준다. 그 지독한 양념이 감싸준다. 위로받고 싶은 날은 늘 돼지갈비다.

아버지는 잘 지내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돼지갈비가 생각난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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