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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 짓는 사람 Jan 01. 2021

구룡포.

과메기의 계절.

찬바람 불던 구룡포항. 대게 한번 먹어보겠다고 돈을 아끼고 아껴 들어간 항구 횟집. 다리 떨어진 거라도 더 달라 청하고 앉아있을 때 츠끼다시(기본안주) 로 나오던 구룡포 과메기.

어시장은 이미 문을 닫은 듯하고 1층에는 우리밖에 없던 헛한 공간.

2층에서는 어부들이 모여 횟집 사장하고 화투라도 치는지 건건한 탄성이 엇박자로 나오고. 우리는 대게가 나오기도 전 , 과메기의 맛에 감탄하며 주인아주머니에게 과메기를 좀 더 청했다.  인심 좋게 다시 나오던 과메기. 사실 하루 종일 대게 먹을 생각에 저녁 끼니도 채우지 못하고 와서 배곯음이 기름진 과메기의 맛을 더 키웠는지도 모른다.

문이 열리고 커피 배달을 온듯한 앳된 얼굴의 여자. 급히 2층으로 올라가는 옆모습에서 구룡포 바닷가 찬바람이 따라 흘렀다. 바닷가는 이렇게도 쓸쓸한 곳인데 청춘이 이곳에서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잠시. 과메기에 같이 싸 먹어보라고 나온 시골 김치. 묵은 향이 기름기와 만나니 시차 적응 안 되는 곳에 여행 온 여행자처럼 입이 뒤엉켰다.

남편은 위층에서 화투나 치고 , 안사람은 돈 없어 보이는 손님에게 인심을 베푼다.  바닷가는 새벽을 준비하려는 배들이 내뿜는 불빛만 처연하게 식어간다. 과메기 같았다. 추운데 기름지고 적당히 딱딱해지려 사는 모습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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