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밥 짓는 사람 Jan 08. 2021

이레귤러

수타짜장면

수타면. 주문과 동시에 유리창 건너 주방에서 면을 치기 시작한다. 한 그릇을 만나기 위해 밀덩이가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다. 치대고 늘어지고 다시 엮이고.  

우리 하루만큼 고되고 치댄다. 혹자는 씹는 맛이 일정한 기계면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수타는 주방장의 몸 컨디션에 따라 그 기울기가 심하니 음식 장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리스크가 있는 '보여주기' 장사라는 말도 한다.
그러나 이레귤러. 이 불확실성이야 말로 삶 자체 아닌가.
모든 것이 예측된다면 우리의 삶은 견고해지겠지만 곤궁해진다. 마치 명품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말이다.

큼지막하게 잘려 나온 감자가 포슬포슬하다. 유니 짜장과는 다른 식감의 손짜장.

대구 북쪽 가창댐 입구. 버스 종점에서 먹었던 '감자밖에 없던 물짜장' 이 생각난다. 예측할 것이 없어서 하루가 신나던 고등학교 때 기억이다.

이레귤러. 오늘도 불규칙 바운드를 잡기 위해 또 걸어 나간다.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캔맥주 먹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