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배과자가 그리울때
병원 앞 대형약국. 너무 주문(?)이 몰려 길 건너 조금 규모가 작은 약국으로 들어갔다. 처방전을 내밀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맛있는 비타민이 있을까 두리번 대고 있었다.
연세가 지긋한 , 아니 그 이상으로 표현되면서 약간은 남루한 행색마저 보이는 할아버지가 퉁명스럽게 지팡이로 사람들을 치고 나오면서 약사에게 먼저 다가간다. 동네 할아버지인 듯. 만 오천 원을 내밀고 약사에게 늘 청하던 처방외 의약품을 달라한다. 젊은 약사는 " 할아버지 이거 다음 달부터 이름 바뀌면서 가격 올라요. 그때는 다른 약 드릴게요"라고 한다.
" 가격이 오른다고??"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근처에 있던 영양제 박스를 넘어트렸다.
가까이 서있던 아저씨가 박스를 주워 세우며 할아버지를 달랜다." 영감님. 그 돈으로 다음 달에도 약 살 수 있어요"
영감님은 지팡이를 어렵사리 쥐고 서서 약을 기다린다.
잠시 후 약이 나오자 이번에도 지팡이를 들어 세운다. 아차차 또 영양제 박스가 떨어질 뻔한다. 개의치 않는 건 할아버지. 아까 그 아저씨가 또 박스를 받아낸다.
" 나 저 달력 하나 주나?" 할아버지가 가리킨 것은 약국에서 매해 쓰는 달력. 무심하게 흰 백의 공간이 많은 그 달력.
약사는 아마 매년 동네 사람에게 달력을 나눈 듯하다.
검은 약봉지에 긴 달력을 넣으니 균형이 안 맞는다. 긴 봉투로 바꿔 지팡이 든 손에 달아드린다. 할아버지의 약국 외출이다.
저 흰 달력 새해에 찾아올 자식이 있을지 , 볼펜으로 적을 것이 있을지. 하나씩 져가는 친구들의 부음을 적을지.
차라리 수도세 , 전기세, 쌀값 얼마. 같은 일상의 남루함이 가득 적히는 것이 더 낫겠다.
아차차 내 차례다. 최근 손에 들어본 봉투 중에 가장 무겁다.
무심하게도 연락을 끊은 아버지는 이맘때 이 시간 즈음에는 센베 과자나 치킨을 이런 봉투에 들고 집으로 들어오셨는데
무심하게 살고 있는 아들은 아버지의 아버지 뻘이 먹는 약을 한가득 받아 봉투 든든하게 귀가를 한다.
아비를 이기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시간이 혼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