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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 짓는 사람 Jun 21. 2022

간장게장집

작은 가게 갖기 소망 전서

원래 꿈은 네 명이 앉는 네 개의 테이블이 있는 통유리 가게를 얻는 것이었다. 주방은 은색으로 뻥 뚫려있고 , 낮부터 저녁까지는 간장게장을 팔고 , 늦은 저녁 두어 시간 정도 , 원 테이블 손님을 초청해서 , 신세 진 이야기도 갚고, 시간을 빌렸던 은혜도 갚고 말이다.


메뉴는 중식을 선택했을 것이다. 군에서부터 배워왔고, 여전히 칼질은 까먹지 않고 유효하니 , 내가 꽤나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선전도 얹어서 말이다.


그중에서도 오늘 밤 같이 습하고 무거운 저녁이 휩쓸고 간 날은 흙 맛이 나지만 맑은 물의 맛이 나는 청경채를 데치고 땅콩기름에 볶아 전채로 내어주고 , 바지락 맑은 탕에 매운 다데기 풀어먹는 한 그릇도 만들고.


그래도 게장집이니 게장 한판을 이쁘게 내어준다. 문어 살과 홍합살을 올린 솥밥도 곁들이면 두 시간의 잔치는 끝날 것이다.  인기가 좋아 박수라도 나오면 , 간장게장 간장을 살짝 조미해서 끼얹은 중면 국수를 내어온다. 위에 고수풀을 얹을까는 고민 중이다.  치즈도 좋다고는 하는데 , 너무 어린 맛이다. 이 간장은 삼십 살은 넘었다고 광고했으니 , 꽃무늬 땡땡 수영모자 같은 치즈는 빼도록 하자.


간장게장에는 소주 비율이 높은 소맥이 어울린다. 그렇다고 몇 번 구경해보고 혀를 내두른 벌꿀 주는 사양하고 , 그래도 금색이 좀 남아있은 소맥을 추천해준다. 물론 게도 차고 맥주도 차니 , 중간에 차진 안주 몇 가지를 준비해서 속을 좀 채워줘야겠지.


대리기사를 불러 한차에 일행들 모두 태우고 , 늦은 밤 날아다니는 셔틀처럼 차는 떠나고 , 주방 불만 켜놓고 은색 조리대를 알코올로 닦아내고 , 프라이팬을 씻어 걸어놓고.


굳이 우겨 노란색 글자로 '간장게장' 간판 불 달아놨던 것을 끄면서. 오늘 온 인연들의 면면을 그림으로 그리면 좋겠다 하면서 가게 문을 닫고.


.

그게 그렇게도 어려운 소원이었는지 한해 한해 지나갈수록 느끼고 있다.  가게에서 한가 지게 앉아 비 오는 날은 글을 쓰고 ,  눈 오는 날은 골목 사진이나 찍고 말이다. 그런 사소한 사치. 아니 , 아주 큰 사치.


손 곱 아치 게 일해도 쉬이 얻을 수 없는 게으름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 저녁 시간 문 닫을 때마다 가게 앞 회색이 ' 내 드라마의 종영' 같은 분위기다.


식당은 낭만이 없다.


더 안타까운 것. 나는 아직 식당도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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