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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서본시인 May 04. 2023

따릉이

내가 이동하는 습관

집 근처에 따릉이 대여소가 두 곳이 있다. 하지만 어찌나 거치현황이 나쁜지 늘 복권을 사는 기분으로 오늘은 원하는 시간에 제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대여앱을 켜게 된다. 앱이 업데이트되면서 자전거 배치(자전거 부족신고)를 요청하는 버튼이 생기기는 하였으나, 요청한다고 해서 바로 대여가능한 자전거가 채워진다는 보장은 없기에 매번 열심히 비워있는 거치대에 따릉이를 요청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버튼을 눌러보아도 답은 항상 없다. (버튼을 누르면 피드백이 오기는 한다; “참고자료로 실행될 뿐 본 요청은 별도 알림을 드리지 않습니다”라고) 집 근처가 언덕인 편이라 내려가기 쉬운 지형의 이점이 있는 탓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이 아닌 탓인지 대여와 반납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로 따릉이의 배차현황이 안 좋은 건 분명하다. 서울역 주변의 거치소와 비교해 보면 이러한 상황은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어떤 곳은 심지어 50~60대 넘게 따릉이가 모여있어 눈을 의심하고 숫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도대체 50대는 어떻게 거치된 거지..?; 보행로 주변에 막 널브러져 있다) 자전거가 조금 원활하게 각 정류소마다 공평한 배분이 이뤄지면 좋으련만 이건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헛된 욕심일 뿐, 이용자의 사용 특성이나 따릉이를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시행착오는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 가끔 거치대를 지나치면 따릉이를 옮기고 계시거나 수리를 하는 관리자분들의 트럭과 마주하게 되는데, 나는 그분들이 따릉이를 어떻게 배분하고 이동시키는지 여쭙고 싶어 진다. 아마도 일하시는 분들 나름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여 아직 거치대 운영방식의 배분은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꽤 오랜 기간 따릉이를 이용하다 보니 나 나름의 팁이랄지, 거치된 따릉이 중 그날의 자전거를 선택하는 요령이 자연스레 하나둘씩 생겼다. 현재 따릉이도 버전을 개선하면서 몇 가지 형태의 방식이 혼재하고 있는데, 가장 좋은 건 물론 최근에 개선된 방식이다. (역시 신상이 최고인가) 아주 초창기에는 자그마한 스크린에 달린 비밀번호설정으로 번호를 눌러 대여하는 방식도 있었으나, 그 초기방식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에 따릉이를 이용하기 시작한 분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것이다) 현재는 QR가 인식된 방식으로 대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신 방식의 판별은 모든 따릉이가 QR로 지정되어 있기에 기어조절부와 안장의 위치조절 부분으로 버전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인 최근에 도입된 기어조절부는 숫자가 더 크고 선명한 형태의 물방울 구조의 형태로 변경되었다. 누가 봐도 이건 새거라는 느낌이 확실하기에 다른 것은 살펴볼 필요 없이 기어조절부가 확실하게 선택을 결정하는 이정표가 된다. 만약 기어변속부가 예전모델이라면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특징은 안장 부분을 확인하면 된다. 내 기준으로는 살펴보는 재질은 메탈형, 블랙도장형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메탈기둥으로 만들어진 안장은 이전 모델로 안장 조절 자체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조그형태) 덜그럭 거리면서 조절 자체가 허술한 모델이 많아 (기둥을 고정하기 위해 그립을 당기는 힘을 매우 많이 요하는 작업이 추가된다) 조이는 것만으로도 위치조절이 만만치 않은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메탈기둥으로 된 모델은 가장 피하게 된다. 안장은 블랙도장 기둥으로 된 것을 선호하며, 나는 늘 안장의 위치를 최대 높이까지 항상 조절해서 탑승하기 때문에 최근에 도입된 모델의 조절방식이 마음에 든다. 클립형태의 고정방식은 후크를 위로 올렸다 내리기만 하여 고정하는 방법으로 조절도 굉장히 간편해졌다. 그다음으로는 자전거의 프레임을 보면 자전거의 상태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건 최근모델이냐 아닌가를 떠나 사용자의 이용방식에 따라 꽤나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점이 되지는 못한다. 어느 정도의 참고사항으로 프레임의 긁힘이나 청결상태를 확인해 보면 되겠다.

따릉이를 어떻게 이용하기 시작했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 대여할 때, 설렘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신기술을 누구보다 앞서 이용해 본다는 느낌일까 (당시에는 LCD방식의 대여방식이었기에)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찰칵하며 대여선이 해제되어 분리되는 느낌이 여간 새로운 게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니!” 꽤나 혁명적이지 않은가 했다. 대여소도 곳곳에 늘어나고 이동편의도 꽤 좋아짐에 따라 종종 한 번씩 따릉이를 이용하고는 했는데, 가장 최근에는 아얘 정기권을 구매해서 따릉이를 이용을 하고 있다. 다만 집 근처의 따릉이가 매번 텅텅 비어 있으면 마음이 허해져서 그날 이동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마음도 텅텅 비어버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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