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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서본시인 May 03. 2023

코감기

호흡이 내마음대로 되지를 않는다

요새 코가 좀 맹맹하다. ‘킁킁’ 거리면서 호흡을 조절해 보려 하는데, 그럼에도 여간 답답하게 막힌 코의 공기흐름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단순히 ‘킁킁’ 거려서 해결될 문제였으면 이렇게 고생하는 얘길 꺼내지도 않았겠지) 그도 그럴 것이 몇 주전부터 싸늘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듯싶더니 유행을 따라서 나는 코감기에 걸렸다. (이런 유행 따르고 싶지 않다) 마스크에서 해방이다 하면서 방역해제 후 벗어던진 마스크를 이제는 누구보다도 솔설 수범하여 끼고 다니고 있으려니 마음이 여간 복잡하기 그지없다. 마스크는 개인의 선택권으로 방역을 조절하면 된다고 누차 주변을 향해 주창하던 나인데, 집을 나설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까먹지 않고 마스크를 챙기는 모습을 본 친누나는 더 어이없어했다. ‘아니 남들 다 끼고 다닐 때 방역이 허술하시더니, 이제는 남들 마스크 안 쓰고 다니니 너는 오히려 잘 챙기네?’ (아니 나도 그렇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라고) 4월을 넘어 5월을 앞두는 이 시점에 2023년인 지금도 봄을 시샘하는 추위는 여전했다. 나는 태생적으로 수족냉증이라 안 그래도 시린 손발이 이런 이상한 온도차에 더욱 민감해진다. 탁상용 난로는 이미 박스에 넣어 창고로 치워버렸지만 온수팩은 사시사철 애용할 정도이니. 하지만 코감기는 철썩하고 달라붙어버렸다.


약간의 미열도 있고 시큰거리는 근육통도 있는 거 같아서 병원을 찾았다. 가능하면 안 먹고, 가능하면 만나지 말자라는 주의로 약국과 병원을 기피하는 나로서는 꽤나 의외의 결정이었는데, 나이 듦이라는 변화는 행동까지 자연스레 독촉을 발휘하는가 보다. 이번에 방문한 이비인후과는 멋들어진 금융회사의 사옥으로 쓰고 있는 빌딩의 2층에 위치한 의원이었는데, 에스컬레이터까지 걸어가는 로비의 광활함과 천장의 까마득한 높이덕에 자연광이 그대로 내리쬐서 매끈하게 깔린 대리석의 반짝거림에 화려하다 못해 LED조명을 덕지덕지 설치한 느낌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도에서 발견한 가장 가까운 병원을 검색해서 들어간 나였기에 (그것도 대기하기 싫어서 병원 오픈시간에 맞춰 오전 9시에 갔다;;) 마침 빌딩으로 출근하는 세련된 비즈니스맨들의 어색한 넥타이 펄럭임 가운데 본의 아니게 나는 후드티로 그들과의 경쟁구도를 연출했다. 다행히 의원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의 환자들은 이 빌딩을 왕래하는 직원들이 대다수인지 오픈시간 30분 전에 도착한 나는 여유롭게 아무도 없는 진료실에 다소곳이 앉았다. 출근한 간호사들은 접수대며 로비며 진료실을 바쁘게 누비면서 바닥을 쓸고 닦고 하며 오늘의 진료를 준비하는 참이었다.

 “언니 어제 뉴스 봤어? 글쎄,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 이비인후과에 다들 오픈런이래.. 진짜 짜증 나..” 

오픈런 한건 아니지만 뭔가 오픈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나를 향해서 말하는 소리인가 하고 자연스레 귀를 기울였다가 이내 찔려서 몸을 움츠렸다. (후드티에 모자를 뒤집어 쓸까..?) 아픈 게 죄는 아니지만 왜 불평을 하는 건가 했다. 너무 바쁜 건 싫겠지만 그렇다고 파리 날리는 것도 별로이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 넓은 신경을 쓰며 괜한 불똥이 내게 튀지는 않을지 간호사의 얼굴을 살폈다. 하지만 그 발언을 한 간호사는 매우 프로페셔널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접수대에 앉아 계획된 밝은 웃음과 동료와의 수다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한 톤 올라간 목소리로 환자를 호출했다. 1분 남짓한 의사와의 만남에 9천5백 원을 결제하고, 이것이 과연 시간대비 돈에 상응하는 그와의 진솔한 미팅이었을까 저울질할 겨를도 없이 나는 집어든 A4용지를 들고 자연스레 약을 받으러 간다. 의사는 3일 치 약만 처방하고 3일 뒤에 다시 보자고 일방적인 약속을 통보했다. (어차피 안 갈 거지만) 약간은 애매한 표정으로 나는 그러하겠다는 수긍 아닌 부정을 살피는 긍정의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서 지금 상태는 어떻냐고? 3일 치 약은 꼬박꼬박 다 먹었지만 그렇게 호전된 상태는 아니다. (그러게 앞에서도 계속’킁킁’된다고 하질 않았던가!) 바람은 아직도 차고 서늘한 공기는 여전한데 감기는 떨어질 기미를 안 보이니 꽤 당분간은 숨이 막히는 답답한 상태로 여전하겠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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