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일본 여행 - 오사카편

코로나 이전 일본 여행 후기

by 잉어

나는 학창시절만 해도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체력이 안좋은 나머지 여행을 다녀오면 너무나 피곤했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싸는 피곤함, 여행 장소를 고르는 피로…. 체력이 없고 귀찮음이 많았던 나는 청춘의 대표 활동으로 꼽히는 여행을 참 오랜 세월 등한시했다.


다만 학과가 일본어과인만큼 일본 여행을 몇 번 갔다. 일본은 물가가 싸지 않아 한 번 가는데 제법 돈이 든다. 코스에 따라 차이가 나겠다만 제주도 여행이 일본 여행보다 싸게 먹힌다는건 모두가 아는 현실이다. 지갑 사정이 가난한 학생 때는 도저히 여행 가기 힘들었다. 시간도 없었고 말이다. 다만 고3을 졸업하기 직전, 겨울 방학 때 가족과 함께 일본에 갈 수 있었다. 부모님이 아닌 사촌과 갔지만 오히려 그래서 잘 맞았던 것 같다.




1. 첫 일본 여행 오사카


첫 일본 여행은 오사카로 즐겼다. 오사카는 한국으로 치면 부산 같은 곳이다. 볼거리가 많고 일본인 성격오 시원시원했다. 사투리를 쓰며 활기가 넘쳤고 흔히 아는 '일본인'스럽지가 않았다. 남의 험담보다 크게 폭소했고 '실례를 끼치는 것'을 우려하는 움직임보다는 '내 자신의 즐거움'을 탐닉했다.


첫 여행이라 그런지 우리는 호텔 찾는데도 시간을 참 많이 썼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는 일곱 시였는데 우리는 아홉 시까지 호텔을 찾지 못했다. 일본에선 이상하리만큼 GPS가 들어먹질 않았다. 일본의 와이파이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쓰는 갤럭시가 애플이 점령한 일본과 맞지 않았던 탓인지. 화가 나서 네이버 지도 구글 지도 왔다갔다 확인하길 반복했으나 우리는 시장 골목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그러고도 한참 사방팔방을 돌아다니길 반복할 따름이었다.


결국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 여고생 두 명을 붙잡고 물었다.



나 - 아노... 스미마셍.... (저기, 죄송합니다...)

학생 - 아, 하이하이! (아, 네네!)

나 - 코치니 도우 이카베 이인데쇼우카? (여기 어떻게 가야하나요?)



학창시절 나는 오타쿠였던지라 일본어 회화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다만 일본 지도나 도로 명칭을 잃지 못하는 한자 까막눈이었던지라 사람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여고생 둘은 직접 나와 일행을 데리고 안내해주었다.


다만 그곳은 꽝인 길이었다.



학생 - 에엣, 콧치쟈 나이?! 고멘나사이! (어엇, 여기가 아니라고요? 죄송합니다!)



분명 시간 낭비였을텐데 학생들의 마음이 바쁘게 움직였던 우리 가족의 심정을 울렸다. 고맙다는 인사 후 우리는 그 근처를 조금 더 돌아다녔다. 다행히 열 시 전에 호텔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고 다들 팅팅 불어버린 다리를 하고도 다음날 일정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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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갔던 곳은 도톤보리로 실상 한국인 절반, 일본인 절반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유명 관광지였다. 한국인 성미와 잘 맞는 오사카 현지인은 쾌활하게 웃으며 위치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처음 일본 여행에 빠삭 굳어 '일본인은... 시끄러운 걸 싫어하고... 또... 뭘 싫어하냐면...'하고 속으로 되내이고 있던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냥 이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오사카가 괜히 한국인 대표 관광지인게 아니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도톤보리, 야시장 등의 코스를 거쳤으며 나와 가족은 만족스럽게 오사카 여행을 끝냈다. 나는 일본 여행에 매료되었으며 그들의 문화에 빠져들었다. 이 여행이 내 대학 공부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공에 확신을 심어준 것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다음으로 간 일본의 작은 소도시 여행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유쾌하고 발랄한 오사카인과 달리 소도시의 일본 어르신은 꽉 막혀있었다.


기대감을 품고 간 두 번째 일본 여행에서 나는 혐한 할아버지를 무려 셋이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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