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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쁨 Aug 11. 2024

너와 함께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시가 불어와


<너와 함께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너와 바다를 보러 간다면,

모래알 반짝이는 백사장에서

수평선 너머 끝없는 바다처럼

계속 계속 걸을 거야  


지나간 이야기 썰물에 떠나보내고

새로운 이야기 밀물에 쌓아 두고

계속 계속 이야기할 거야

     

너와 밤하늘을 보러 간다면,

캄캄한 어둠 속 진실한 빛 찾으며

신묘한 별빛 아름다움에 취해

계속 계속 속삭일 거야

   

머나먼 우주 속

광년의 시간을 달려

계속 계속 공유할 거야

     

너와 한 편의 전시를 보러 간다면,

여행하듯 그림 한 점 감상하고

시 한 편 마음에 꾹꾹 담아

계속 계속 간직할 거야

          

너의 고향 손잡고 같이 간다면,

네가 사랑하는 하늘과 흙 한 줌

앞마당에 구르는 돌멩이 한 톨 마저

계속 계속 사랑할 거야

     

올갱이국 한 그릇 나눠 먹고서

나란히 누워 노래라도 흥얼거릴까     


우리는

계속 계속

그럴 수 있을까



by. 예쁨




 


"사랑해, 영원히."


"이 세상에 영원이라고 말해준 사람은 너밖에 없는 것 같아. 모두들 그게 없다고 포기하거나 피해 다니는데 말이야. 그런데 네가 말하니 정말 그 영원이라는 것 속에 들어온 것만 같다. 감히 영원이라고 말하는 순간만 우리는 이 지상에서 영원을 한구석 차지하는 거겠지."


- 높고 푸른 사다리 / 공지영 -


책 속에 두 남녀 요한수사와 소희의 대화를 읽으며 사랑에 대해 깊은 공감을 했다.

남녀가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영원을 포기하지 못한다.

말하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영원한 것이다.

계속계속...

속이 이어지다 보면 영원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 이 시는 <한국 미소문학> 제50기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문예지에 실렸던 작품 중 하나이다.

심사평에서는 사실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느낌이라는 쓴소리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애정하는 시다. '사랑'과 '영원'이라는 말은 너무 흔해 빠지거나 어쩌면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야기에 목말라하고 사랑을 꿈꾼다.


사진출처 : pixabay


네 생애를 두고 돌보아준

새 한 마리 있었더냐?

네 영혼을 두고 마음에 담아둔

또 한 영혼이 있었더냐?

그분이 묻고 너는 대답해야 한다.


- 한상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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