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중고서적에 팔 수도 없다.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지만 쟁여놓는 것을 싫어해서 장도 조금씩 매일 보는 편이고, 새 옷을 사기보다 가족들 옷을 공유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책만큼은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다.
물론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도 즐겨하는 편이다.
손때가 많이 묻은 책은 왠지 검증된 책 같아서 손이 가고, 신작코너에서는 표지가 예쁘거나 제목에 끌려 덥석 집어오기도 한다. 도서관은 분명 많은 책을 둘러보고 고를 수 있는 나름의 재미가 있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쯤 도서관에 가게 되는데, 사실은 반납 독촉문자를 받고서야 간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하겠다. (사서님들 죄송합니다..ㅎ)
인덱스를 붙이고,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고, 때로는 간단한 메모를 써놓기도 한다.
기억력이 나빠서이기도 하지만, 인상 깊은 표현이나 나중에 인용해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을 찾기 쉽게 표시해 놓으면 편리하다. 무엇보다 한 권의 책을 촘촘하게 정독했다는 만족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고나 할까?
독서해서 남 주나?
그렇다, 나는 남에게 주려고 독서를 한다.
나만 읽기엔 아까운 주옥같은 글, 함께 나누고 사유해보고 싶은 글이 너무 많다.
그래서 정기적인독서모임에 참여했고 좋은 문장이 있으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찍어서 보내준다.
고덕평생학습관 / 필사하는 공간
쓰는 즐거움 : 기록은 자산이다.
책을 좋아한다기보다 오히려 멀리하는 사람이었던 나는 뒤늦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자주 들락거리던 도서관에서 정작 아이들은 억지로 읽는 책을 내가 더 관심 있게 보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쓰고 싶다는 욕구까지 생겨 버렸다.
일기, 사진, 블로그, 라디오 사연 등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지만 어쩐지 갈증이 느껴졌다.
결국 책을 출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에세이와 동화책을 출판하게 되었으며 그 밖에도 여러 공모전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미소문학에서 시 부문 신인작품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으며, 브런치에서도 합격이라는 문을 열어주어 덕분에 글쓰기는 늘 현재진행 중이다.
쓰기에 맛을 들이니 폭발적으로 재미가 붙어 버렸다.
여전히 공모전 문 앞에서 기웃대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꼭 거창한 곳에 당선되거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욕심이야 나지만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딸아이는 나를 ‘안작가‘님이라고 부른다. 브런치에서는 ’예쁨 작가‘다. 라디오 사연에서는 ’어흥‘이다. 다양한 부캐만큼 쓸거리도 많다.
글로 감동 받는 일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알게 되었으니 나도 누군가에게 내 글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