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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도담 Oct 30. 2022

'벼락 거지'가 된 신혼부부 1 (feat. 비트코인)

벼락 거지란?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월급만 모으고 재테크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거지로 전락하고,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남편이 시댁에서 집 마련에 보탬이 되라고 도와주신 거금의 일부분을 비트코인에 날려버렸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목적이 있는 거액을 나와는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이유를 묻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자라며 무릎 꿇고 빌었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말 그대로 정말 미친 집값이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오래되긴 했지만 직장과 아이 어린이집의 위치, 그리고 우리의 경제상황까지 고려해보았을 땐,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다 만족할 순 없지 않은가. 인생의 동반자라 하면, 더 나은 삶을 위해 같이 힘내고 열심히 사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의 생각은 나랑 많이 다른 걸까.


  평소 같았으면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이젠  모든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이 순간만큼은 남편에게  1g 온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 진짜, 이혼하고 싶다.'


  겨우  정도 일로 이혼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혼생활에 정말 지쳐있었다. 나는 끊임없이 맞추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상대방은 만족하지 않는 것 같았고  많은걸 해주길 바라는 것 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나의 노력은 당연시되는 기분까지 들어 허무하기까지 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완벽하게 지쳐버렸다.


  결혼 후, 난 명절도 싫어졌다. 직장인들이게 명절 연휴처럼 길게 쉴 수 있는 날은 흔치 않다. 5일 일하고 이틀 겨우 쉬고 다시 또 출근하는 패턴은 은근히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명절 같은 공휴일은 직장인들에게 사막에 내리는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명절마다 양가를 다녀오는 일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부턴 정말 고된 일이 되어버렸다. 기저귀가 찝찝해서 카시트에 앉기 싫어하는 아이를 겨우 달래며,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고 있자니, 한 숨이 절로 나오곤 했다. 말 그대로 오래간만에 내리는 '단비'를 온전히 맞아보는 게 나의 소원이다.


요즘 10쌍의 커플이 결혼을 하면 여기서 4-5쌍은 이혼을 선택한다고 한다. 옛 어르신들이 도박, 외도, 폭력 이 세가지만 아니면 그냥저냥 살아가는 게 맞다고 말씀하셨지만, 이 말이 90년대생인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남편은 아마 아이가 있기 때문에 절대 이혼은 못 할 것이라고 마음 한편에서 안도하고 있을 텐데, 정말 괘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맞벌이 이후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하늘에 맹세코 누구보다 열심히 악착같이 버티면 살아왔다. 힘들 때마다 볕 들 날이 오겠거니 하며 미련하게 해내 왔었는데, 그 보상이 남편의 '뒤통수'라는 게 애통하다. 난 대체 누굴 믿고, 무엇을 위하며 살아할지 모르겠다. 진짜 결혼 괜히 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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