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도담 Oct 30. 2022

'벼락 거지'가 된 신혼부부 2

"정말 이혼하실 겁니까?"


판사의 말에 긴장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남편은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


"삼천만 원 물론 큰 금액입니다만, 자녀분이 이혼으로 인해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상처를 받을 텐데 그래도 이혼을 선택하실 겁니까?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금액인가요?"


  판사의 뼈를 때리는 팩트에 난 순간 흔들렸고 가여운 아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울컥 났다. 그 순간 눈을 번뜩 떴고 집 천장이 보였다. 꿈이었다. 꿈속, 판사의 말이 백번 옳았다. 지금 당장은 나에게 큰 돈이지만, 아이가 받을 상처에 비하면 삼천 원 아니, 삼십 원 만도 못한 가치가 있다. 나에겐 아이가 내 목숨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냉전은 계속됐다. 남편과 대화는 일절 하지 않았고, 본인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육아와 살림에 열심히 참여했다. 진작에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정말 피곤하단 말로 나에게 다 미루고 있었다는 게 사실화되는 순간이었다. 남편 머리에 주먹을 내리꽂고 싶어서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간신히 참았다.


  내가 죽어라 밀어내도 신랑은  옆에 껌딱지 마냥 붙어있었다.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  손이 발이 되도록 며칠을 싹싹 빌었다. 일주일 동안 밥도 제대로  먹어서 얼굴이 반쪽이 되어있는걸 보니, 진심으로 반성하는  같았다. 본인은 나와 아이가 없으면  산다고 했다.


  근데 남편은 정말 그럴 사람이다. 이 사람과 결혼한 이유이기도 했다. 신랑 참 선한 사람이다. 가족을 우선시하고 가족을 위해 사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신랑은 아이에게도 다정다감한 아빠이고, 아내인 나도 참 살뜰하게 챙긴다. 아직도 외식할 때면, 생선살을 발라 내 숟가락 위에 올려준다. 나는 낯 뜨거워서 그만하라고 핀잔을 준다. 신랑의 잦은 연락과 관심이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인 나에겐 가끔 귀찮기도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엔 늘 고마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강점으로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혼해도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신랑과 살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즐겁고 의지될 때가 훨씬 더 많았던 거 같다. 그래서 이번에 저지른 실수와 다년간 함께한 결혼생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내 마음의 부등호는 가정을 지키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코인에 투자하고 남은 금액은 완전히 나에게 넘어왔고, 그 투자금액은 체내에 자리 잡은 종양처럼 주기적으로 추적 검사해주기로 했다.

이전 05화 '벼락 거지'가 된 신혼부부 1 (feat. 비트코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