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혼하실 겁니까?"
판사의 말에 긴장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남편은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고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
"삼천만 원 물론 큰 금액입니다만, 자녀분이 이혼으로 인해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상처를 받을 텐데 그래도 이혼을 선택하실 겁니까?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금액인가요?"
판사의 뼈를 때리는 팩트에 난 순간 흔들렸고 가여운 아이를 생각하니 눈물이 울컥 났다. 그 순간 눈을 번뜩 떴고 집 천장이 보였다. 꿈이었다. 꿈속, 판사의 말이 백번 옳았다. 지금 당장은 나에게 큰 돈이지만, 아이가 받을 상처에 비하면 삼천 원 아니, 삼십 원 만도 못한 가치가 있다. 나에겐 아이가 내 목숨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일주일간 냉전은 계속됐다. 남편과 대화는 일절 하지 않았고, 본인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육아와 살림에 열심히 참여했다. 진작에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그동안 정말 피곤하단 말로 나에게 다 미루고 있었다는 게 사실화되는 순간이었다. 남편 머리에 주먹을 내리꽂고 싶어서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간신히 참았다.
내가 죽어라 밀어내도 신랑은 내 옆에 껌딱지 마냥 붙어있었다. 그 큰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며칠을 싹싹 빌었다. 일주일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얼굴이 반쪽이 되어있는걸 보니,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 같았다. 본인은 나와 아이가 없으면 못 산다고 했다.
근데 남편은 정말 그럴 사람이다. 이 사람과 결혼한 이유이기도 했다. 신랑 참 선한 사람이다. 가족을 우선시하고 가족을 위해 사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신랑은 아이에게도 다정다감한 아빠이고, 아내인 나도 참 살뜰하게 챙긴다. 아직도 외식할 때면, 생선살을 발라 내 숟가락 위에 올려준다. 나는 낯 뜨거워서 그만하라고 핀잔을 준다. 신랑의 잦은 연락과 관심이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인 나에겐 가끔 귀찮기도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엔 늘 고마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강점으로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혼해도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신랑과 살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즐겁고 의지될 때가 훨씬 더 많았던 거 같다. 그래서 이번에 저지른 실수와 다년간 함께한 결혼생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내 마음의 부등호는 가정을 지키는 쪽으로 기울 것이다.
코인에 투자하고 남은 금액은 완전히 나에게 넘어왔고, 그 투자금액은 체내에 자리 잡은 종양처럼 주기적으로 추적 검사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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