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떨리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오늘은 다름 아닌 아파트 청약 결과 발표날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결과를 조회한다.
'떨어졌군....., '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아파트 청약도 떨어지고 내 집 마련의 꿈도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치솟은 집값을 어찌 마련할지 생각하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평범한 직장인인 우리에게 그 큰 목돈이 대체 어디서 나오냔 말인가. 살기 팍팍한 세상이 더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몇 개월 뒤면, 전세 계약 만료인데 다시 또 어린아이를 이끌고 이 집 저 집 보러 다닐 생각 하니 눈앞이 아찔하다. 자고 일어나니 하루아침에 벼락 거지가 되어버린 내 처지가 정말 불쌍하다.
청약 때문에 기분도 꿀꿀한데, 지율이는 어린이집 문 앞에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울면서 누워버렸다. 아이 아침을 만들어주고 챙겨주느라 정작 나 자신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그렇게 부랴부랴 준비해서 늦지 않게 왔는데 이게 웬 경우인가. 겨우 어르고 달래서 등원을 완료했다. 이미 시간은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오버됐다. 늦지 않으려고 부지런을 떨었던 아침 일과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퇴근을 제때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차를 몬다. 하루치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나있다.
'근데, 집에서 가지고 온 태블릿 어딨지......?'
지율이가 차에서 유튜브를 보여달라고 떼를 쓸까 봐 가끔 태블릿을 챙겨서 집을 나오는데, 조수석에 있어야 할 태블릿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어린이집 이불 가방을 뒷좌석에 쑤셔 넣느라 자동차 선루프에 잠깐 올려놨던 게 떠올랐다.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백미러를 확인하니, 뒷 차에서 손가락으로 내 차를 가리키면 수군거리는 게 보였다.
'맙소사. 진짜 선루프에 있구나.'
오른편에 보이는 편의점으로 태블릿이 떨어질라 천천히 우회전해서 정차했다. 차문을 열고 선루프를 보니, 다행히 태블릿은 그대로 있었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드라마 속 에서나 있을 줄 알았던 일들이 현실에서 정말 일어날 줄이야. 그것도 그 주인공이 나라니 믿기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을 안고 이중 주차로 꽉 찬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마음이 급해 빠르게 운전하다가 차를 그대로 벽에 긁어버렸다. 간신히 텐션을 올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인내심이 끝내 터져버렸다.
청약 탈락,
등원 거부,
태블릿,
벽에 차 긁기.
제발 하루에 하나씩만 하자. 너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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