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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도담 Oct 30. 2022

내 딸은 '마스크 세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중, 전화 한 통이 울렸다. 지율이 어린이집에서 온 연락으로, 원아 한 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아 어린이집이 임시 폐쇄에 들어간다는 소식이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냅다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지율이는 직장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데, 규모가 꽤 큰 편이다.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는 '큰 규모'가 전혀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엔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교직원이나 원아가 '밀 접촉자'로 분류되어서 임시 폐쇄를 한 적은 자주 있었으나,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


  아무리 내가 조심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게 애통하다.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아이가 항상 마음에 걸리고 미안하다. 재원아 수가 적은 어린이집으로 옮기고 싶지만, 티오가 녹록지 않을뿐더러,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걸 생각하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기엔 지율인 아직 어리다. 


  지율이는 원래 몸에 뭘 걸치거나 두텁게 옷 입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말도 못 하는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마스크를 강제적으로 써야만 했고, 이젠 아무렇지 않게 아이가 마스크를 스스로 쓰고 있다. 답답해서 목도리도 풀어버렸던 아이가 마스크는 순순히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쓰리다. 성인인 나도 마스크가 답답해서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어린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거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제약이 많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주말엔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항상 집에 있었던 것 같다. 휴일엔 어딜 가나 사람들이 붐비기 때문에, 아이에게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단체생활을 하고 있는 지율이에겐 집이 곧 '청정지역'되어 버렸다. 교직원 전원과 확진 원아가 속해있는 반, 그리고 동선이 겹치는 반의 원아들이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고 다행히 전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율이는 확진 원아와 연령이 달라 같은 반이 아니었으며, 동선도 겹치지 않아 코로나 검사는 받지 않았다.


어린이집은 다시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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