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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도담 Oct 30. 2022

금쪽같은 내 남편 2

  3, 4시간 자고 일어나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나의 죽마고우인 다예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빠는 잘 들어왔냐고 묻는 염려 담긴 메시지였다. 사실, 오늘 새벽 아버님보다 먼저 연락이 됐던 사람은 친구 다예였다. 오빠랑 다예의 신랑도 우리가 오랜 친구사이인 것처럼 친구사이다. 그래서 혹시나 연락이 가능할까 싶어 다예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응. 오빠 잘 들어왔어. 피곤해 죽겠다. 어제 친한 과장님 집에서 술 마시다가 잠들었대."

 

  새벽 3시 반쯤에 오빠를 찾으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고 연락했던 게 다예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아침도 당연히 먹지 않은 채 일하고 있을 친구가 걱정돼서 연락한 것이다. 혹시나 오빠랑 싸우고 함께 있기 싫으면 언제든 자기 집으로 와서 지내도 된다고 말해주는 정말 든든한 친구다.

 

  오늘 연차를 낸 오빠는 화가 난 내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점심을 직접 만들어줬다. 식사가 시작되자 오빠는 늘 그래 왔듯이 어쭙잖은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고 그게 결국 나의 화를 돋우고 말았다. 나는 활화산 마냥 화를 뿜어대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삽시간에 냉랭해졌다. 내 말을 듣는 내내 오빠의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 얼굴이 꼭 학창 시절 교무실에서 선생님께 혼나는 학생의 얼굴 같았다.

  

  이와 유사한 일이 한번  일어날 경우, 반성문을 쓰기로 했고  반성문을 장모님께 가서 확인차 서명을 받아오기로 했다. 오빠는  그렇게 까지 하냐며 아우성이었지만, 이렇게 하지 않을 거면 집을 나가 달라는 나의 부탁에 이내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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