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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원 May 25. 2021

미디어 혁명과 언론 산업의 지각변동 #1

대안언론의 등장과 흔들리는 언론 산업 헤게모니의 미래 향방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라는 용어에서 레거시(legacy)는 유산, 유증을 뜻하는 단어다. 즉, 풀이하자면 레거시 미디어는 현재에도 여전히 사용되지만, 과거에 출시되었거나 개발된 미디어를 뜻한다. 새로 제안되는 기술이나 방식, 서비스 등을 강조하기 위해 이에 대비되는 표현으로 쓰이므로 뉴미디어에 반하는 레거시 미디어란 일반적으로 IPTV, 케이블 TV 등을 일컫는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신문이나 지상파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등으로 대표되는 ‘레거시 미디어’는 유튜브나 포털 뉴스처럼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견줄 수 있는 '전통 미디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합 일간지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등과 지상파 3사의 TV뉴스와 종편방송의 뉴스 모두 ‘전통 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뉴미디어(new media)란 뉴(new)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미디어를 뜻하는 용어다. 뉴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신문, 잡지, 라디오, TV등 기존의 미디어를 제외하고 전자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다. 주로 레거시 미디어가 언론과 저널리즘 영역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로 인식되는 반면에, 뉴미디어는 개념의 범위가 상당히 포괄적이다. 예컨대, 포털뉴스나 유튜브 언론처럼 저널리즘의 발전상을 뉴미디어로 정의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평범하게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웹툰, 팟캐스트 역시 뉴미디어 범주에 속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 동반한 광인터넷망의 개설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정보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을 가능케 했다. 정보산업의 혁명은 소셜미디어, 포털,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를 탄생시켰고, 레거시 미디어가 지배하던 단일매체 시장을 흔들었다. 다매체(Multimedia) 시장이 도래한 것이었다. 단일매체 시장에서 정보 수용자와 정보 전달자의 구분은 명확했다. 레거시 미디어는 정보 전달 기능을 독점했다. 시민들은 정보 수용자 입장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였다. 정보의 생산‧전달‧전송 과정을 레거시 미디어가 독점하는 한, 정보 수용자와 정보 전달자의 위치와 권력구조는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새롭게 도래한 다매체 시장은 기존 정보 수용자와 정보 전달자의 고정적 위치 관계를 깨뜨린다. 다매체 시장은 기존 단일 매체 시장보다 정보의 생산량과 소비량, 그리고 정보의 접근성 모두가 압도적으로 높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매우 자유로워진 다매체 시장에서, 시민들은 레거시 미디어가 제공하는 매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시민들은 더 이상 정보 수용자 입장에 머물지 않고, 전통 미디어가 독점하고 있던 정보 생산‧전달자 역할까지 할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도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만들어내고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뉴미디어가 우리 문화 깊숙히 영향력을 끼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언론산업의 주류는 레거시 미디어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유튜브, 포털로 대표되는 뉴미디어가 곧 그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문화 헤게모니를 뉴미디어에게 빼앗기기 전에, 레거시 미디어도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우선 뉴미디어처럼 플롯의 다각화와 형식의 자유화를 꾀해야한다. 레거시 미디어의 가장 큰 단점은 포맷(format)의 경직성이다. 유연하지 못한 보도 형식은 제한된 정보 만을 전달할 수 밖에 없다. 이는 포맷에 구애받지 않고 무한한 확장성을 보이고 있는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에 익숙한 오늘날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필요하다면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 매체로의 진출도 고려해야 한다. 적극적인 변화를 위한 몸부림만이 다중매체 시대, 정보의 호수 시대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그나마 주류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뉴미디어의 등장은 언론산업 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저널리즘 가치 역시 흔들었다. 과거, 전통 미디어는 사회의 공기로써 저널리즘 역할을 자부하며, 정보 전달 가치에 치중했다. 그러나 오늘날 등장한 뉴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를 압도하는 양의 정보들을 소화하면서, 그동안 레거시 미디어가 향유하던 정보 전달 기능의 역할을 퇴색시켰다. 언론의 주요 기능인 정보 전달 기능을 뉴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수많은 학자와 미디어 비평가들은 ‘저널리즘의 가치가 뉴미디어 산업 시대에도 적용가능하며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언론계 전반에 회의론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정보의 균형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TV뉴스보다 편향적이고 선동의 언어를 사용하는 유튜브 언론이 대중에게 더 먹히기 시작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몇몇 유튜브 언론의 열성적 지지자를 자처하며 맹신했고, TV뉴스와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를 쓰레기 구태집단으로 몰아갔다. 유명 정치 논객 진중권은 이러한 풍조를 ‘탈진실의 시대’라 명명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진실이 더 이상 사실(Fact)를 의미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유튜브 생산자는 선동적인 언어와 편향적인 해석으로 사실을 교묘히 조작하여 허구를 만들어 내고, 그걸 ‘진실’이라고 이름 붙이고 대중에게 전달한다. 껍데기는 ‘진실’이지만 실상은 지지자들에게나 통하는 ‘허구’이자 ‘탈진실’인 셈이다. 진중권은 유튜브 언론의 정보 생산 구조의 비합리성을 비판하며, 레거시 미디어의 자성을 촉구한다.


 그렇다면 정보 전달 기능의 우위를 레거시 미디어가 뉴미디어에게 내어준 현 시점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뉴미디어와 차별화 시킬 수 있고,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 한양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이자 미디어 비평가인 정준희 교수는 오늘날 레거시 미디어가 뉴미디어와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는 가치로 ‘정확성’을 꼽는다. 정준희 교수는 레거시 미디어가 기계적인 중립과 절대적인 균형성을 유지하려고 하다보니, 보도해야할 사안의 본질은 놓치고 데스크가 일종의 전시장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진보와 보수로 대표되는 양쪽의 입장을 단순히 뉴스에서 각각 균질적인 양으로 보도하면서 맞추는 균형성이 절대로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나, 공정성을 담보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다. 오늘날은 다매체 시장이기 때문에, 다른 쪽의 정보가 필요하면 사람들은 굳이 기계정 중립을 맞추려 애쓰는 TV뉴스를 시청하지 않고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의미도 없고 공정성을 담보하지도 않는 기계적인 보도와 균형성은 필요없다는 것이 정준희 교수의 생각이다. 오히려 정보 전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전달하는 정보 내용의 ‘정확성’을 추구하는 것이 레거시 미디어가 뉴미디어와 차별화하고 경쟁관계를 이룰 수 있는 주요 키포인트(key point)라는 점을 정준희 교수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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