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보는 미국과 중국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강연과 세미나차 독일에 왔다. 강연 없는 날은 또 다른 성공한 사회주의 경제인 독일과 중국을 비교 연구 중이다. 냉전 이후 살아남은 두 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이 두나라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미국에서 교수로 다른 나라를 간다는 것은 이점이 많다. 현지 교수들이 알아서 연락하고 만나자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과 대화하기 알아가기 우위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마치 트럼프의 관세 협상처럼 말이다.
어제는 두 명의 독일 교수를 만났고. 오늘은 국제처 담당자와 그리고 또 다른 독일 교수와 티타임이 있다.
어제 만난 한 명은 나를 호스트 한 교수라 잘 알지만, 갑자기 한 분이 더 조인하셨다. 농업 경제를 연구하시는 백인 독일 분이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트럼프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수업시간에 트럼프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나누고 있다고 했더니, 그 농업경제 독일 교수는 미국의 관세 정책은 미국에 일자리와 관세소득을 가져다줄 거라는 골 때리는 소리를 했다. 경제학자 맞나?
" 독일인인데 우리 미국 경제도 신경 써주고 고마워요!"
라고 할뻔했다.
나는 미국경제 구조를 잘 아는 미국 경제학교수로서 조목조목 관세를 비판해 줬다. 그 농업 경제 독일 태생 교수는 회의가 있다며 먼저 일어섰고, 후에 호스트 교수에게 물었다. 참고로 호스트 교수도 독일 태생 백인교수다.
" 트럼프가 독일 물건, 예를 들어 BMW에 관세를 때리는 데 도대체 독일인들 중에도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아니 있네요?(좀 전에 농업 경제 교수 같은)"
호스트 교수는 독일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현재 독일은 우파 집권세력이 강한데, 그들은 독일은 강대국에 기대어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 우파들은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를 좋아하고 지지한다는 것이다. 왕년에 세계를 호령했던 독일이라고 왜 세계 패권에 관심이 없겠냐마는, 트럼프가 독일을 강대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황당한 논리를 교수와 같은 지식인으로부터 들어야 한다는 것에 할 말을 잃었다.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은 싫어하는 트럼프를 독일들이 앞다투어 좋아해 주는 꼴을 보자니 한국 상황도 오버랩된다.
호스트교수와는 나름 친하기에 말했다.
" 미국은, 아니 미국의 관세는 절대로 절대로 상대국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독일을 고려하려 정책을 내지 않습니다. 반드시. 절대로."
하여간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찬양하는 무리들은 독일에도 있었다. 아니 전 세계에 있을 것이다. 미국이 관세를 때려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가며 타협하는 것과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얼마 전에 마이크로 소프트 Bradford L. Smith 사장은 " AI 경쟁에서 미국이 이길 수 있을지, 아니면 중국이 이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어느 나라의 기술이 전 세계에 더 널리 채택되느냐 이다"라고 언급했다. 늘 언급하지만, 결국 기술력은 시장을 이기도 못한다. 미국 기술이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다면 미국 기술에 반하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거나, 현재 대등한 위치에 있는 중국 기술이 미국 기술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향하고 있는 지점은 단순히 무역전쟁이 아니다. 무역전쟁을 넘어 환율전쟁, 환율전쟁을 넘어 패권전쟁, 패권전쟁을 넘어,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혹은 영어권과 비영어권의 구도로 확대될 수 있다. (한번 상상해 보라. 우리가 챗쥐피티 같은 AI기반 기술을 접근할 때 중국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또 한 번 짚고 가야 할 것은,
미국은 미국 기술의 확대를 모색하며 동맹국을 강화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이대로 우리는 미국을 따라도 되는 것을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맹국이 미국을 택하기를 미국이 바란다면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라는 것을 미국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