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독일과 중국, 두 사회주의의 다른 길

by Dr Sam

― ‘사회주의’라는 공통의 이름 아래, 전혀 다른 두 경제 모델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혼동한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흔한 것이 아니라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나이가 지긋한 독일 교수와의 미팅에서 내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약간 불편해하길래, 이어서 설명했다.

" 사회주의랑 공산주의는 다른 것이다."

이렇게 말했더니, 그는 이어서 그럼 듣기 괜찮다고 했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독일 교수조차도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개념의 혼동 증상을 보였다.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흔히 중앙집중적 계획경제, 국가 소유, 시장 억제 등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오늘날 독일과 중국을 보면, 이 같은 고정관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두 나라 모두 한때 사회주의라는 이름 아래 경제를 조직했지만, 그 방식과 결과는 놀라울 만큼 다르다. 과연 무엇이 이 두 경제 모델을 갈라놓았을까?


1. 역사적 기원과 이념의 깊이

독일의 사회주의 경제는 구동독(GDR) 시절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동독은 소련의 위성국으로서 전통적인 계획경제를 도입했으나, 1990년 10월 3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통일과 함께 서독식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통합되었다. 오늘날 독일 경제에서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란 개념은 시장의 자유를 보장하되, 복지와 평등을 국가가 적극 조율하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시장주의와 사회주의의 조화에 가깝다.

반면 중국식 사회주의는 1978년 덩샤오핑 개혁 이후 독특한 경로를 밟았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이름 아래 국유기업과 당의 통제는 유지하면서, 시장 메커니즘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혼합모델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통제는 강화되었고, 경제적 자유는 전략적으로 제한되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시장 위에 당이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중국 대기업에 중국 공산당 서기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시장과 정부의 역할

독일식 모델은 시장 주도 + 국가의 공정 개입을 기반으로 한다. 노동자 보호, 복지 확대,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 확보는 국가가 책임지되, 기업의 자유와 경쟁은 광범위하게 보장된다. 실제로 동일에서 대중교통은 한 달의 58유로면 무제한으로 탈 수 있고, 대학교육은 소소한 비용 200-300유로만 내면 수업을 들을 수 있기에 각종 혜택을 고려하면 거의 무상교육에 가까우며, 정부의 강력한 사회보장제도 속에서 누구나 집이 없는 사람들 직업이 없는 사람들은 소정의 절차를 통해 길거리에서 방황필요가 없는 복지 국가이다. 또한 노조와 노사관계가 기업의 핵심정책이기에 노동자의 권익도 철저히 보호된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말이다. 이로 인해 독일은 세계적 제조 강국으로 성장하면서도 빈부 격차를 완화하고 중산층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식 모델은 겉보기에 시장경제를 따르지만, 핵심 산업은 여전히 국유기업이 주도하며,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민간 대기업조차도 ‘국가의 전략’에 따라 움직인다. 특히 2020년대 들어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과 함께 국가의 개입은 더욱 강화되었고, 기술·교육·부동산 산업에 대한 통제가 본격화되었다. 시장은 존재하지만, 국가의 통제력이 우선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중국인들의 생각조차도 국가의 핵심전략과 발전을 위해서는 그리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위해서는 개인의 삶이 희생될 수 있다는 개념이 팽배하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명분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이 관세를 30% 올리면 중국도 30% 올리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고 물밑으로 별도의 협상을 미국과 진행하는 까닭이다.

3. 복지와 분배 구조

독일은 보편적 복지를 기반으로 한 사회연대의 구조를 갖고 있다. 실업수당, 연금, 무상교육, 건강보험 등은 모두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장치다. 노동조합의 영향력도 강하며, 사회적 대화가 정책 결정에 반영된다.

반면 중국은 복지는 제한적이고, 농촌과 도시 간, 해안과 내륙 간 극심한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에서 손의 꼽게 비싼 상하이. 상하이 와이탄 야경을 즐기며 두 명이서 밥을 먹으려면 200달러는 족히 들지만,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중국 농촌 주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연간 20,133 위안 (2800달러)으로 도시 주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인 약 47,412 위안 (6600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한 도시 주민들은 건강보험과 연금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지만, 농촌 주민이나 비등록 이주민(‘훠커우’ 제도 외 주민)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 사회주의의 근간인 분배보다 성장우선의 논리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4. 정치와 경제의 관계

독일은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경제 정책도 다수의 정당 (사회민주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 녹색당, 좌파당, 남슐레스비히 유권자연합당)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형성된다. 시장과 언론, 시민사회가 정책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춘다. 따라서 사회주의적 색채가 있더라도, 이는 민주적 기반 위의 정책 철학일 뿐이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 하에서 경제 정책 또한 중국 공산당의 전략 목표에 따라 설계된다. 계획과 시장, 정부와 기업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경제는 정치의 도구이며, 그 속에서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발전이 우선시 된다.


결론: “사회주의”는 하나가 아니다. "사회주의"는 "공산주의"가 아니다.

두 나라 모두 ‘사회주의’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만, 독일은 시장과 복지의 균형 속에 사회를 통합하려는 모델, 중국은 성장과 통제를 병행하는 국가주도형 시스템으로 진화해 왔다. 같은 이름 아래 출발했지만, 방향도, 속도도, 철학도 지향점도 전혀 다른 두 길이다.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의미로 정의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독일과 중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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