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의 집들 – 중국 부동산과 재고의 경제학
베이징의 늦여름 아침, 도심의 고층 아파트 숲 사이로 희미한 안개가 깔린다. 아직 입주하지 않은 수많은 아파트 창문은 불이 꺼진 채 서 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껍데기 도시처럼 보인다. 중국 경제의 체온을 잴 수 있는 가장 민감한 맥박은, 어쩌면 이 불 꺼진 창들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한때 "끝없는 상승 신화"의 무대였다. 도시화, 소득 증가, 그리고 투기의 열기가 겹치며 아파트는 투자와 안정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완공 건설 현장이 늘고, 준공은 되었지만 팔리지 않은 아파트가 쌓인다. 통계로는 수억 제곱미터, 그러나 실제로는 수백만 가구의 생활이 지연되고, 금융 시스템은 이 미완의 벽들 앞에서 흔들린다.
정부의 해법은 의외로 ‘시장’이 아니라 ‘공공’에서 나온다. 중국 당국은 지방 국유기업과 정책은행을 동원해 남은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보장성 주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조치의 배경에는 단순한 경기부양 이상의 필요성이 자리한다. 베이징만 보더라도 평균 주택가격은 가구 소득 대비 20배에 이르며, 수많은 청년 노동자와 이주민은 여전히 “지하방(地下室)”이나 좁은 고시원 형태의 임대 주택에서 생활한다. 주거환경은 열악하고, 2023년 베이징 청년층(20~34세)의 혼인율은 5%대에 불과했으며, 전국 합계출산율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청년층의 결혼·출산 결정은 주거비 부담과 직결되어 지연되거나 포기되기 일쑤다. 따라서 공공주택의 확충은 단순히 부동산 재고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정과 인구구조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길은 멀다. 건설사 장부에 잡힌 집값과 실제 시장가격의 간극은 크다. 일부 3선 도시 (시안西安, 산시성; 칭다오青岛, 산둥성; 닝보宁波, 저장성; 쿤밍昆明, 윈난성; 창사长沙, 후난성; 하얼빈哈尔滨, 헤이룽장성; 다롄大连, 랴오닝성; 원저우温州, 저장성) 또는 4선 도시(자싱嘉兴, 저장성; 장자커우张家口, 허베이성; 난퉁(南通, 장쑤성; 허페이合肥, 안후이성; 진화金华, 저장성; 주하이珠海, 광둥성; 루저우泸州, 쓰촨성; 옌타이烟台, 산둥성)에서는 장부가의 1㎡당 1만 위안짜리 자산이 실제 시장에서는 6~7천 위안에도 매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괴리는 국유기업 매입을 어렵게 만들고, 금융권의 부실을 장부에 남긴 채 ‘숨은 부채’를 키운다. 임대주택으로 바꿔도 수익률은 낮아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때로 “이것은 구조조정인가, 아니면 단순한 땜질인가?”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은 심리 회복의 전술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집이 완공되고,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실제로 입주하는 순간 시장은 신뢰를 되찾는다. 신뢰는 곧 거래를 부르고, 거래는 가격의 바닥을 다진다.
학문적으로 보자면, 이는 재고 조정 메커니즘(inventory adjustment mechanism)과 사회정책적 공공재 공급(public goods provision)이 결합된 사례다.
재고 조정 메커니즘은 원래 기업의 생산·재고 관리 이론에서 차용된 개념으로, 과잉생산된 재고를 어떻게 시장에서 소화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정부는 민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공 부문을 ‘최종 수요자’로 세워, 시장의 초과 공급을 흡수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가격 폭락을 막고, 부동산 기업의 파산 연쇄를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동시에 공공재 공급(Public goods provision)의 논리도 작동한다. 주택은 단순한 사적재화가 아니라 사회적 안정, 노동력 재생산, 세대 지속성을 지탱하는 준(準) 공공재로 간주된다. 따라서 국가는 공공임대·보장성 주택 공급을 통해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가계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을 낮춰 소비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공급·수요, 가격·재고 같은 말로 상황을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의 중국 부동산은 그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부모가 자녀의 미래를 위해 집을 사고, 젊은 부부가 첫 보금자리를 기다린다. 그들의 삶이 멈추면 통계 속 ‘미완공 면적’이 늘어나고, 반대로 그들의 집에 불이 켜지면 경제지표에도 작은 불빛이 켜진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중국의 가장 큰 부동산 개발회사인 헝다에서 일하는 중국친구는 한숨을 쉬며 올해 연말에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이 수많은 불 꺼진 창에 불이 하나둘 켜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은 단지 경제 회복의 신호가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들이 드디어 집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숫자가 아닌, 오랫동안 꺼져있던 아파트들이 다시금 밝히는 빛으로 경제를 읽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