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환영(幻影)에 기초한 오해

by Dr Sam

인간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틀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오해이다. 한국어사전에 따르면 오해란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을 의미한다. 서양 언어 풀이로 보면, 에스페란토의 miskompreno는 ‘오해’를 뜻하며, 그 구성은 명확한 어원적 구조를 보여준다. 먼저 접두사 mis-는 ‘잘못된, 오류가 있는’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영어의 mis-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여기에 kompren-은 ‘이해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어근으로, 라틴어 comprehendere에서 유래한 kompreni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o는 에스페란토에서 명사를 형성하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mis + kompren + o라는 결합은 문자 그대로 ‘잘못된 이해’를 의미하며, 이는 곧 ‘오해(misunderstanding)’라는 뜻으로 확립된다.


오해는 그 뜻 그대로 사실을 해석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화해는 반드시 오해한 쪽의 의지로만 이루어지지 않기에, 풀 수 없는 경우가 인생사에는 더 많다.


최근 인류의 삶을 크게 흔들었던 경제적 사건 중 하나도 바로 ‘대단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바로 미‧중 무역전쟁이다.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은 기술굴기를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성장했다. ‘아시아의 고양이’에서 ‘세계의 호랑이’로 변신하던 중국은 급속히 세를 넓혀갔다. 2017년에 이어 2025년 다시 집권한 트럼프가 촉발한 2차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뿌리 깊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관세를 부과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곧 굴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중국은 이미 수출 다변화를 상당 부분 이루었고, 부동산 위기 또한 점차 완화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방식—국가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대미 항전을 ‘국난 극복’으로 선전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버텨내고 있었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화되며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었고, 이는 전 세계적인 생산자 물가 상승을 구조적으로 촉진시켰다. 상대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믿었던 국가적 오만이 결과적으로 신냉전 시대의 초석이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묻고 싶다. “무조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은 배척해야 한다”는 입장이 과연 옳은가? 최근 발생한 LG에너지설루션 직원들의 미국 이민국 구금 사건을 보면서도 여전히 친미‧반중 노선이 정답일까?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구도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신냉전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ChatGPT는 이렇게 답했다.


“오늘날의 신냉전은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전개됩니다. 미국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며, 중국은 국가주도 성장모델과 권위주의적 체제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한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ChatGPT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2025년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신냉전은, 권위주의 체제와 국가주도 성장모델을 추구하는 기존 패권국 미국과, 같은 성격을 공유하는 신흥 패권국 중국의 충돌이다.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의 이념 전쟁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국가자본주의 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본질이 다르다.


오늘날의 신냉전에는 “민주주의”가 더 이상 중심 가치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환영(幻影), 그리고 그 환영에 기초한 오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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