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안식년의 단상

by Dr Sam

첫 안식년을 맞아서 매일 폭풍 글쓰기가 한창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물을 끓인다. 이태리에서 사 온 원두를 적당히 덜아서 은은한 향기가 스밀 때까지 빻는다. 그 사이에 물이 끓고, 천천히 방안에 커피 향이 가득할 때까지 원두에 물을 부어 내린다. 부드러운 올드 팝송을 틀어 놓고, 커피 향속에 나를 맡겨 생각을 정리한다. 그리고 글에 풍덩 빠져든다.


한국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나서. 벌써 40페이지 가까이 원고를 썼고, 다른 한 연구 논문은 미국 출판사에 제출했다. 참 글이 풍년인 한 해이다. 아마도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200페이지가 넘는 연구논문 위해 밤낮으로 글을 써야 했던 그때만큼의 글을 쓰며 사는 듯하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은 한국어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고, 그때보다 덜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인터넷 글 쓰는 모임에서 출판을 하려고 써놓은 경제 수필이 있는데, 그만두게 되어 이 글을 어찌할지 고민이 되었다. 마침 그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과 둘이서 공동 출판을 해보기로 했다. 써 놓은 경제 수필도 날려버리지 않고 써먹을 수 있어 다행이다.


올해 들어 엄청난 글쓰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글이란"


나에게 글이란, 먼저는 나의 직업이다. 교수의 의무는 연구와 강의인데,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꾸준한 연구 없이 어떻게 대학에서 강의를 할 수 있으랴. 은퇴할 때까지 강단에서 반복된 말만 한다면, 어찌 부끄럽지 아니하랴. 새로운 세상을 읽고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경제철학적으로 재해석하여 학생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나에게 글이란, 내 꿈을 적는 공간이다. 금융발전, 소득불평등, 부동산 시장, 중국 경제를 주로 연구하는 나는 경제철학적 고민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통로이다. 독일 대학에 최근 연구 제안서를 제출했다. 사회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공동 주택에 관한 제안서였다. 그리고 나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이 신냉전 속에서 세계 3차 대전으로 흐르지 않고, 미국과 중국이 대등하게 새로운 국제사회의 지평을 열어가는 꿈을 꾼다. 어느 푸르른 가을날, 미국과 중국의 대학생들을 한데 모아놓고 함께 열어가는 경제 세미나를 할 수 있다면. 그러한 꿈을 꾼다.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도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일도 글을 쓸 것에 참 감사하다.


9월 18일 2025년


Dr. Samuel Ju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