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요세미티의 자연스러움을 논하다.

by Dr Sam

안식년을 기념해 서부의 벗을 만나러 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반가운 회포를 풀고, 우리는 함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 시간쯤 달렸을까,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운전으로 고생하는 벗 곁에 무슨 말을 더 하랴, 잠자코 창밖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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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갈 무렵, 드디어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장엄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화강암 절벽, 엘 캐피탄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아올라 인간이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자연 앞에서 저절로 겸손해지는 귀한 시간이 찾아온다. 먼발치에서 아름답게 휘어 흐르는 요세미티 폭포는 계절과 햇빛의 각도에 따라 매번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절벽에서 땅으로 장쾌하게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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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에 물드는 하프 돔을 바라보고, 별빛 가득한 밤하늘 아래 우리는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글레이셔 포인트에 서서 빽빽하게 늘어선 세쿼이아들을 바라보았다. 사람이 닿지 않는 협곡 곳곳에서 그들은 어떻게 수백 년의 외로움을 견뎌냈을까. 그 모습은 다시금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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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란 무엇인가. 어째서 나를 이토록 작게 만들고, 겸손케 하며, 평안하게 하는가. 아마도 인간은 본디 자연의 일부였기에, 자연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자신의 작음을 깨닫고 중심을 되찾는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매년 수백만 명이 요세미티로 모여들어 자연을 갈망하는 이유는 — 그곳에서 우리는 꾸밈없는 ‘스스로 그러함(自 然)’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아, 그거 되게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일까. 自(스스로 자) + 然(그러할 연), 사전은 그렇게 말한다 —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본래 그러한 상태.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겸손함은 바로 그 ‘스스로 그러함’의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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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AI와 같은 기술혁신의 격랑 속에 있다. 기계는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은 우리 삶의 여러 풍경을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다움은 자동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인간다움은—타인을 향한 공감, 우연과 실수에서 피어나는 통찰, 맥락을 읽는 감수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꾸밈없고 창의적인 발상—바로 그런 ‘자연스러움’에서 솟아난다. AI는 우리의 도구이고, 우리의 사고를 확장해 줄 수 있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가 지키는 자연스러운 태도와 창의력이다.


안식년의 요세미티에서 나는 다시 다짐했다. 기술혁신을 환영하되, AI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안 간 만의 향연이자 인간의 본연—겸손과 호기심, 창의와 공감, 희열, 환희, 기쁨, 감사, 열정, 성취감, 사랑, 믿음, 소망—을 잃지 말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미래에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다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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