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노론·소론에서 한국 여야 정치까지
조선 후기, 정치는 민생을 돌보기보다 당파 싸움에 매몰되었다. 서인 내부에서 갈라져 나온 노론과 소론은 원칙과 현실, 왕권과 신권을 둘러싸고 끝없는 대립을 벌였다. 노론은 명분과 도덕을 내세우며 원칙을 강조했고, 소론은 현실적이고 유연한 정치를 주장했다. 그러나 두 세력의 논쟁은 결코 건설적이지 않았다. 상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으로 변했고, 그 사이 민생과 경제는 방치되었다.
실제로 조선의 국력은 당쟁으로 소모되며 점차 도태되었다. 국방은 허술해졌고, 상공업 진흥은 뒷전으로 밀렸다. 18세기말, 영국의 1인당 GDP는 이미 조선의 약 3배에 달했고, 19세기 초에는 격차가 10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성리학 명분 다툼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서구는 산업혁명에 돌입했고, 조선은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졌다. 정치적 소모전 속에서 경제가 무너진 대표적 사례다.
오늘의 한국 정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노론과 소론처럼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다. 정책의 실질적 내용보다 상대를 꺾는 정치적 승부가 우선한다. 국회는 법안 처리보다 정쟁으로 시간을 보낸다. 2023년 기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1만 7천 건을 넘었지만, 처리율은 30%대에 불과했다. OECD 주요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정치의 마비는 곧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특별법, 전기차 세제 혜택, 재생에너지 투자 지원 같은 산업 전환 법안들이 정쟁 속에 지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 지원 정책이 1년 늦어질 때마다 최대 연간 5조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2022년 ‘CHIPS and Science Act’를 통해 527억 달러(약 70조 원)를 즉시 집행했고, 유럽연합도 430억 유로(약 62조 원)를 투자했다. 반면 한국은 정치 공방으로 예산 집행이 지연되며, 실질 투자 규모가 경쟁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청년 고용과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정치의 비용은 크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가 2021~23년 세계적으로는 연평균 14%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40% 이상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법·제도 불확실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정쟁으로 규제 개혁이 표류하면서, 청년 기업가들은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와 미국으로 간다. 청년의 기회가 당파 싸움에 막히는 셈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조선 후기 당쟁은 경제를 도태시켰고, 오늘의 여야 정쟁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영조와 정조가 탕평책으로 붕당을 제어하려 한 이유는 단순히 화합이 아니라 국가 생존 때문이었다. 지금 한국 정치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당리당략을 넘어 협치와 실용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조선처럼 역사적 도태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정치가 다시 민생과 경제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결국 국민과 미래 세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