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2막
2025년 10월의 공기는 묘하게 불안하다. 환율은 흔들리고, 유가는 식어가며, 시장의 심장은 요동친다. 오늘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3.56% 하락, 22,204.43으로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5% 넘게 떨어졌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 안팎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기술의 제국이라 불리던 기업들이 일제히 붉은색으로 물든 날이었다. 시장이 이렇게 깊게 흔들린 이유는 단순한 경기 우려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의 2막이 열린 것이다.
며칠 전 중국의 희토류 수출에 관한 규제를 증가시키자 보복이라도 하듯,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불공정한 보조금과 산업 스파이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일방적인 희생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어조를 유지했다. 이 발언은 마치 방아쇠처럼 시장의 긴장을 폭발시켰다. 미국의 기술기업과 전기차·반도체 기업 상당수가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 100%는 단순한 무역 조정이 아니라, 수익 구조의 근본을 흔드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투자자들은 ‘이익률 압박–소비 위축–성장 둔화’라는 악순환을 예상했고, 매도세는 연쇄적으로 확산됐다. 나스닥의 급락은 이 불안의 직접적인 반영이었다.
자본은 본능적으로 피난처를 찾는다. 위험이 커지면 돈은 ‘움직이지 않는 곳’을 향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34% 급락하며 4.0510까지 밀렸다. 하루 만에 이렇게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 하락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집단적으로 폭발했다는 의미다. 금리 하락은 공포의 온도계이며, 미래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는 신호다. 동시에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 2천 건으로 예상보다 많게 발표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내년 초 금리 인하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고, 장기 채권으로 자금이 몰렸다. 불안의 중심에서 ‘안전’은 다시 금리가 아닌 ‘신뢰’의 문제로 떠올랐다.
에너지 시장의 풍경은 더욱 싸늘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8.24달러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한때 90달러를 넘던 유가가 30달러 넘게 빠진 것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되고, OPEC+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자 시장의 ‘공급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더 깊은 원인은 세계 경제의 식어가는 체온에 있다. 소비가 둔화되고, 물류 흐름이 느려지며, 공장의 가동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원유 수요 자체가 줄고 있는 것이다. 유가 하락은 평화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의 숨이 가빠졌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가상화폐 시장의 낙폭은 더욱 거칠었다.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6.4% 급락해 1 비트코인당 11만 3,800달러로 주저앉았다. 단 두 거래일 전만 해도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디지털 금’의 위상을 자랑하던 비트코인은, 레버리지 청산과 자금 이탈이 겹치며 급락했다. 하루 새 강제 청산 규모만 약 5억 7천만 달러, 우리 돈 약 7,900억 원에 달했다. 비트코인과 함께 올해 질주 중이던 주목받는 코인 ‘XRP(리플)’ 역시 하루 새 30% 넘게 급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더했다. 한때 ‘기관이 선호하는 대안 코인’으로 불리던 XRP의 급락은 투자심리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ETF 유입 둔화, 달러 강세, 규제 불확실성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이름은,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돌덩이인 금은 오히려 더 빛났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전일 대비 1.58% 상승, 온스당 4,035.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며, 금이 다시 ‘마지막 신뢰의 자산’으로 돌아왔음을 상징한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금을 사들이고 있다. 2025년 3분기 기준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수량은 연간 1,040톤을 넘어섰다. 달러 가치가 흔들릴 때마다 인류는 다시금 금으로 향한다. 디지털의 세기에도 ‘빛나는 금속’은 여전히 신뢰의 언어로 남아 있다.
미중무역전쟁의 2막이 솟아오르면서 세계시장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당분간 우리에게 닥친 변동성은 피할 길이 없어졌다.
에필로그: 위기를 지나면서 늘 드는 생각이 있다. 진짜 내재적 가치를 지닌 자산과 버블이 구분되는 사건이 위기가 아닐까.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우리가 언제고 하루아침에 10-30% 급락할 수 있는 자산을 정말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내 주위에 은퇴를 하려 하는데 자신의 연금계좌가 너무 내려서 은퇴를 늦추는 사람을 봤다. 투기적인 자산에 미래를 걸겠는가? 내재적 가치를 고집하겠는가? 가치투자가 모호해지는 요즘 금융 문해력을 기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