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조지아 사태가 던진 질문 ― 미국이냐 중국이냐.

by Dr Sam

2025년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수백 명의 한국 기술자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단속되고 일부는 강제 출국 조치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비자 문제였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깊은 구조적 긴장이 자리한다. 미국은 한국의 기술이 필요하면서도 그 기술을 가진 사람, 즉 한국 기술자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다는 현실이다.


조지아 공장은 미국의 친환경 제조 부흥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동맹국의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통제권은 자국에 두려 한다. 한국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세워도, 세제 혜택과 비자 규제의 열쇠는 워싱턴이 쥔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 협력은 실상 미국 중심의 공급망 종속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 기술자는 필요하지만, 그들의 자율성은 보장받지 못한다. 배터리 공정은 설계도만으로 가동되지 않는다. 슬러리(Slurry) 점도, 온도, 프레싱 압력 등 수백 가지 변수를 조정해야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이 섬세한 감각과 경험은 현장 기술자의 손끝에서 나온다.


그들이 빠진 공장은 마치 엔진이 빠진 자동차와 같다. 그럼에도 미국은 정치적 명분을 위해 “외국인 단속”이라는 형식 논리를 택했다. 이는 기술보다 국경을 우선시한 결정이며, 결과적으로 미국 자신에게도 손해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를 믿고 기술을 공유할 것인가?”


미국과의 협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표준과 인증, 연구개발 협력 등은 안정된 시장 접근을 보장한다.
그러나 기술의 핵심인 레시피와 인력 주권은 반드시 한국에 남겨야 한다. ‘기술 동맹’이 아닌 ‘기술 종속’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중국은 정치 대신 실리를 앞세운다. 배터리 소재 공급망의 70% 이상을 쥐고 있으며, 제조비용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 기술자 입장에서는 더 효율적이고 빠른 협력 파트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현실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또 다른 제약을 낳을 수 있다. 중국은 실리를 주지만, 그 대가로 미국 시장의 벽을 높인다. 따라서 한국의 해법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 실리 전략(Dual Pragmatism)’이다. 미국과는 제도·표준·R&D 중심의 협력으로 신뢰를 쌓되, 핵심 기술과 엔지니어 인력은 국내에 머물게 해야 한다.


중국과는 소재·시험생산 등 비정치적 산업 협력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한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공정 엔지니어 양성, 중간재 자립, 기술 내재화를 강화해야 한다. “기술은 팔 수 있지만, 기술자는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조지아 사태는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 자리 잡기 위한 경고이자 기회다. 외교는 동맹으로 지탱되지만, 산업은 기술 주권으로 지켜진다.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시장이다. 그러나 기술의 주인은 한국 자신이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한국 기술자는 “필요한 노동자”가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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