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고환율의 하늘 아래 떠가는 구름과 가라앉는 원화

by Dr Sam

가을 하늘이 높다. 그러나 원화의 하늘은 낮다. 환율이 1,430원을 돌파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물론 지금의 원화 약세는 1997년처럼 급격한 외환유출이나 단기채무 만기 도래 때문은 아니다. 이번에는 ‘달러의 중력’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5.5%, 한국은 3.5%. 200bp(2%)의 금리차가 벌어지자 자본은 조용히 서쪽으로 흐른다. 돈은 언제나 “높은 금리와 안전한 자산”을 향해 움직인다. 한국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연초 대비 10% 이상 올랐음에도 여전히 미국 주식에 더 열광한다. 기술과 혁신, 안정성과 달러의 힘이 그 이유다.


한국 가계의 자산 구성은 한마디로 “시멘트 경제”다. 부동산 비중 77%, 일본의 35%, 미국의 40~50%보다 훨씬 높다. 국민의 자산이 흙과 벽돌에 묶여버린 사회에서 창업은 모래 위의 성 짓기다. 은행 대출의 담보는 언제나 땅이지, 아이디어가 아니다. 한국에서 벤처를 일으킨다는 것은 불씨를 들고 태풍 속을 걷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부동산은 국민의 꿈이지만, 청년의 족쇄”가 되었다. 그 사이 배달 플랫폼 노동자 50만 명이 새벽과 밤을 잇는다. 그들은 보험에도, 연금에도 닿지 못한다.


고환율이 수출 대기업에는 순풍이지만, 그 바람은 서민들의 밥상에 ‘가격 폭풍’이 되어 불어온다. 수입물가는 상승하고, 실질임금은 정체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실질임금 상승률은 0.2%, 물가상승률 3%를 따라가지 못했다. 수출은 늘지만 지갑은 얇아지고, 소득 불평등은 다시 벌어진다.


정부는 부동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려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 부동산 세제 조정, 투자 인센티브… 경제학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자본 이동의 자유”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공산당법”이라는 비난을 받기 쉽다. 이념이 경제를 압도할 때, 구조개혁은 발목이 잡힌다.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지만 “친중 정책”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담기 어렵다.


캄보디아에 원조를 늘리면서, R&D 예산은 5조 원 넘게 삭감된 것이 현실이다. ‘혁신의 씨앗’보다 ‘정치적 상징’이 우선되는 세상.


가을 하늘 아래 떠가는 구름을 본다.

그 구름은 가볍지만, 서민들의 한숨은 무겁다.

환율의 파도는 더 많은 수출선을 띄우지만, 내수의 배는 뒤집는다.

시멘트처럼 무거운 부동산 자산이 발목을 잡고, 바람처럼 가벼운 달러는 여기저기 전 세계를 떠다닌다.

토네이도급 스테이블코인이 다가오지만, 원화를 지키려는 궁리보단, 날뛰는 코인이라는 파도를 타고 날아볼 생각만 부풀어 있다.

우리가 진정 되찾아야 할 것은 단순히 ‘강한 원화’가 아니라 “모두가 꿈꿀 수 있는 우리의 경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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