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봉쇄 속의 개방을 꿈꾸다
중국 남쪽 끝,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하나가 있다. ‘하이난(海南, Hainan)’ —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비행기로 세 시간, 열대의 기후와 야자수가 반기는 그곳은 중국인들에게 ‘국내의 하와이’로 불린다. 하지만 이 섬은 곧 중국 경제사의 새로운 실험장이 된다. 2025년 12월 18일, 하이난은 전면적으로 ‘봉쇄(封关)’를 시행한다. 그런데 이 봉쇄는 닫힘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개방’을 의미한다.
‘전면 봉쇄 운영(Full Closure Operation)’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정책은, 하이난을 중국 본토와는 다른 세관체계 아래 두겠다는 뜻이다. 즉, 행정적으로는 ‘국내’, 세관상으로는 ‘국외’처럼 취급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이곳에서는 “첫 번째 선은 자유롭게, 두 번째 선은 엄격하게, 섬 안은 자유롭게”라는 세 줄의 원칙이 작동한다. 첫 번째 선은 하이난과 해외를 잇는 경계선이다. 이 경계에서는 무관세, 신속 통관,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허용된다. 즉, 하이난은 세계와 연결된 창구가 된다. 반대로 두 번째 선은 하이난과 중국 본토를 잇는 선이다. 여기서는 모든 물품과 자금, 인력의 이동이 철저히 통제된다. 본토 시장의 안전을 지키는 보호막이자 필터의 역할이다.
하이난 섬 내부에서는 물품, 인력, 자본의 이동이 거의 제한 없이 이루어진다. 외국 기업은 투자하고,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으며, 세율은 단일 15%로 본토보다 훨씬 낮다. 심지어 59개국 국민은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하이난은 중국 체제 안의 ‘작은 세계’, 국가 안의 ‘자유무역항’이다. 이러한 모델은 싱가포르나 홍콩을 닮았지만, 동시에 다르다. 홍콩이 ‘중국 밖의 중국’이라면, 하이난은 ‘중국 안의 세계’가 된다. 중국 정부는 이 실험을 통해 개방과 통제를 모두 손에 쥐려는 새로운 균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하이난의 전면 봉쇄는 제도적 개방의 실험이다. 무역과 자본의 자유를 시험하면서도, 국가의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다. 이는 단순한 세제 혜택이 아니라, “어떻게 개방을 관리할 것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이다. 봉쇄라는 단어는 닫힘의 상징이지만, 하이난의 봉쇄는 오히려 열림의 방식을 설계한다. 자유를 허락하되, 그 자유를 감시한다. 이는 중국식 개방의 특징이자, 21세기형 ‘통제된 자유(Controlled Freedom)’의 한 표현이다.
하이난은 여전히 태평양의 바람을 맞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의 결은 예전과 다르다. 관광객의 웃음소리 뒤로, 세금 없는 상품들이 오가고, 해외 자본이 섬으로 들어오며, 디지털 위안화가 시험되고 있다. 하이난은 더 이상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이곳은 ‘개방의 실험실’이며, 중국이 미래의 경제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보여주는 창이다.
“닫힘 속의 개방, 통제 속의 자유.” 하이난이 준비하는 것은 단순한 무역항이 아니라, 자유를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언젠가 우리는 이 실험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섬은 세계화의 다음 장을 향해 조용히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