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AI시대의 전력의 철학

by Dr Sam

"해는 동쪽에서 뜬다."라는 단순한 자연의 법칙이, 어쩌면 오늘의 세계경제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은유일지 모른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듯, 인류의 에너지 중심도 이제 동쪽, 중국으로 기울고 있다.



AI의 눈부심 뒤에 드리운 그림자

미친 듯이 상승하는 주식시장이 보여주듯, 우리는 AI의 찬란한 빛에 매료되어 있다.
화가의 붓끝, 의사의 진단, 작가의 문장, 심지어 인간의 목소리마저 AI가 흉내 내는 시대다.
그러나 이 눈부심 뒤에는 보이지 않는 ‘전력의 강’이 흐른다.

ChatGPT 같은 거대한 언어모델 하나를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전력은 약 1,300 MWh, 소형 발전소 한 달치 생산량에 맞먹는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동안, 세상은 더 많은 전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전기를 얻기 위해 다시 세상은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 헤맨다.


신재생의 부상 — 태양과 바람이란 새로운 석유

석유가 전 세계 공장을 돌려 세운 시대가 지나고, 이제 인류는 다시 태양과 바람을 바라본다.
태양광과 풍력은 더 이상 ‘이상주의적 선택’이 아니다.
AI 서버의 냉각을 돌리고, 데이터센터의 불빛을 지탱할 현실적 에너지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이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유일한 해법은,
더 많은 태양광 패널, 더 높은 풍력 터빈, 더 넓은 사막의 전력망이다.
AI 시대의 번영은 결국 ‘에너지의 재탄생’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재탄생의 중심에는 중국이

문제는 방향이다.
태양과 바람이 새로운 에너지원이 되어 AI시대를 구원하겠지만, 그 태양과 바람을 지배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지금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95%, 배터리의 80%, 전해조의 60%를 중국이 만든다.
풍력터빈의 절반 이상도 중국산이다.
즉, 인류가 미래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이 ‘중국 제조’로 되어 있는 셈이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에서 그 힘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 “희토류의 시대”에서 “재생에너지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그 영향력은 더 정교하고, 더 구조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쪽의 침묵 — 트럼프의 시대와 미국의 후퇴

반면 서방은 신재생에너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가짜 과학’이라 부르며, 석탄과 석유를 다시 소환했다.
그 사이 신재생에너지는 동쪽에서 떠올랐고, 서쪽은 그로부터 멀어져만 갔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기술의 본고장이며, 혁신의 요람이다.
하지만 혁신이 에너지를 잃으면, 기술은 존재할 뿐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외면한 대가로, 미국은 AI 시대의 대체 에너지 인프라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


전력의 철학 — ‘빛나는 문명’이란 무엇인가

에너지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문명의 윤리이자, 철학이다.

우리가 AI의 편리함을 누릴수록,
그 뒤에서 불을 밝히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
그것을 만든 수많은 공장과 노동자,
그리고 그 에너지를 독점하는 국가를 함께 봐야 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AI를 움직이는 전력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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