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소비하는가
미국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장시간 노동과 고강도 작업 속에서 노동자가 쓰러지는 사건이 반복되었다. 그 뒤 가족에게 돌아간 금액은 530만 달러(약 77억 원), 어떤 사건은 7,195만 달러(약 1,055억 원)에 이르렀다. 고액 보상은 기업의 명백한 책임을 의미하는 동시에, “빠른 배송”이라는 소비자 편익 뒤에 얼마나 큰 비용이 숨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나타난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야간 피킹 작업 중 쓰러진 노동자, 새벽근무 중 발생한 심정지, 과로 추정 사망 사례가 이어졌다. 고객의 ‘내일 도착’은 노동자의 생체 리듬과 휴식 시간을 대가로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배송비를 거의 지불하지 않는다. 기업은 속도 경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얻는다. 그리고 그 비용은 가장 취약한 위치의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우리는 물건을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의 시간, 노동자의 건강, 때로는 생명까지
간접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너
경제학적 외부효과의 관점에서 보면,
빠른 배송의 편익은 소비자가 누리지만, 비용은 기업 내부의 가장 약한 고리—노동자—에게 전가된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이 아니라 비용의 왜곡된 배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5년 쿠팡에서는 3,37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
배송 노동의 안전뿐 아니라 데이터 보안, 사용자 보호에서도 기업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빠른 배송을 약속하며 성장한 기업이 정작 고객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정보 보호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외부효과를 만든다. 편리함은 소비자가 누리고, 그 위험은 노동자와 고객 모두에게 전가된 것이다. 모두가 한국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법인 쿠팡의 창업주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10%의 주식만을 가지고 회사의 70%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실질적 주인이다. '새벽배송'의 편리함에 취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 불려주고,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사지로 몰리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은 동일한 질문으로 모인다.
기업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소비자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기업의 사회적 책무는 단순히 상품을 빨리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하고, 고객의 정보를 보호하고,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소비자의 선택도 중요하다.
우리가 ‘더 빠른 배송’을 요구할수록 시장은 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압박하게 된다.
우리가 ‘편리함’을 선택하는 순간, 기업은 그 편리함을 뒷받침하는 가장 약한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하려고 한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
제품인가, 속도인가, 아니면 노동자와 고객의 권리인가?
오늘 우리가 누르는 그 작은 버튼 하나가 미래의 노동환경, 데이터 보안 수준,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을 결정한다. 이제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도 선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편리함만을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더 인간적이고 책임 있는 시스템을 요구할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철학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면, AI시대의 "빠름과 정확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우리의 권리"를 내어주어야 할 것이다.
쿠팡 배달원만 노동자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의 권리를 소비자로서 지켜주지 않는다면 노동의 권리를 무시하는 AI 시대의 칼끝은 여기서 글 쓰는 나에게도 향할 것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