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하는 자기소개(3)
나는 카카오톡 '해방일지' 오픈채팅방의 운영자이다.
오픈채팅방을 처음 만든 건 2022년 9월이었다.
당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크게 사랑을 받았는데, 방영이 다 끝난 이후에야 드라마를 보게 됐다.
미디어를 통해 바라본 ‘나의 해방일지’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나는 후기글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조금 더 의견을 들었다. 아무래도 초반부에 등장하는 현실적이고 우울한 전개가 영향을 준 것 같다.
사람마다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기대하는 바가 다를 것이다. 다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너무나도 공감 가는 드라마였다. 어떻게 그렇게 내 마음 그대로인지. 어디서 말도 못 하던 속마음이었기에 더욱더 위안을 받았다. 상대방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고 느껴지는 대로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부럽기도,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괜찮을 땐 괜찮은데,
싫을 때는 눈앞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싫어.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말을 하면 더 싫고.
쓸데없는 말인데 들어줘야 되고, 나도 쓸데없는 말을 해 내야 되고,
'무슨 말을 해야 되나'
생각해 내야 되는 거 자체가 중노동이야.
-나의 해방일지 中-
드라마 속에 등장한 ‘해방클럽’이 머릿속에 오래 맴돌았다. 뚜렷한 이유는 모른 체 계속해서 정착하지 못하고, 어딘가 방황하던 세 명이 서로를 위해 만든 그 동아리가 너무 좋았다. 사실 해방클럽 내에는 부칙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조언하지 않는다'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습관적으로 조언하고, 평가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마음이었든, 나쁜 마음이었든 그건 중요치 않다. 자신이 겪은 게 아니니 함부로 말해선 안 되고, 설령 겪었더라도 그렇다고 말할 자격이 주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칙이 마음깊이 와닿는다. 희망의 빛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와, 그들만의 방식이 좋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나는 모르는 이들에게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따뜻하고, 포용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안 그러면 나중에 내가 후회할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 가치관과는 달리 나는 때때로 예민해졌다. 주변인들을 눈치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런 내 성격에서 해방이 하고 싶었다.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나도 해방일지를 쓰면 어떤 식으로든 더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해방클럽의 3가지 규칙
-행복한 척하지 않기
-불행한 척하지 않기
-정직하게 보기
채팅방을 만들자마자 사람이 들어왔다.
알람을 보고 잔뜩 몸에 힘이 들어갔다.
채팅방을 만든 게 나긴 하지만, 막상 사람이 들어오니까 마치 새로 오픈한 가게에 손님이 온 것처럼 긴장됐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에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오픈채팅을 사용하지 않거나 메시지를 받을 수 없는 대화상대입니다.'라는 메시지 창이 날 반겼다.
'그럼 그렇지' 자신의 속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인데
더군다나 그걸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기란 쉽지 않았던 거다.
긴장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적인 상황과 반응으로 납득이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월.
또 한통의 연락이 왔다.
'ㅎㅇ'
나는 해방일지 채팅방에서 최대한 상대방을
맞춰주려고 하는 편이다.
나야 어떻게 대화하든 상관도 없었고
단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답장했다.
'ㅎㅇ'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답장이 왔다,
'지역이 어딘가요?'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일상에서는 꽤나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나는 해방일지를 운영하며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생각이 없었기에
갑자기 훅 들어온 개인정보에 좀 놀랐던 것 같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고 답장했다.
'경기인데 개인정보는 저도 안 묻고 안 받아요!'
아니나 다를까.
상대방은 그 뒤로 답장이 없었다.
세 번째 연락이 왔다.
11월 초였다.
이 사람은 말을 하더라.
이번 채팅방에서는 꽤 이야기를 나눴다.
해방일지에 대한 규칙을 정했다.
드라마 속 해방클럽은 회사 내에서의 동아리로 필수로 만나야 한다는 약간의 강제성이 부여돼 동아리 활동이 가능했다면, 온라인으로 해방클럽 활동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정해버리자니 의무가 될 것 같고, 채팅방에 보내놓자니 오픈채팅방이 메모장도 아니고 초기의 취지가 살지 못했다. 때문에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그 채팅방 이후, 사람들이 '해방일지' 채팅방에 들어왔을 때 내가 안내할 기본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오픈채팅방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해방클럽' 운영을 위해 하나둘씩 규칙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 뒤로도 약 7명 정도가 더 들어왔고, 현재까지도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24.10.23에도 들어왔었다)
다만, 다들 인사만 하고 방을 나가거나, 정식으로 시작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장기적인 해방의 목적이 아니었던 건지, 순간적인 고민이라 해결이 된 건지. 덕분에 그 사람들이 스쳐간 자리에는 물음표만 남았다. 나도 언젠간 해방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