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주선해주다가
언니, 언니는 그거 알아요? ‘그 사람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되게 많이 써요. 그래서 저도 언니처럼 생각하려고 해요.” A와의 긴 통화 끝에 들었던 이야기다.
나는 내가 그런 줄 잘 몰랐다. 그냥 그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것, 또 그 사람의 마음을 다 알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조금 우유부단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 나의 우유부단이 난 조금 싫었다. 그런데 A가 “언니의 유연함이 좋다”라고 말했을 때, 왠지 좋은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건 친구의 소개팅 때문이었다. 아는 언니에게서 “주변에 되게 괜찮은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나의 절친한 동생 B를 소개해주기로 했다. 미국이라는 이 곳에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 B는 크게 따지지 않고 만나볼 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개 대상도 괜찮은 사람 같았다. 그런데 A는 달랐다. “사람이 괜찮대요? B가 너무 아까운데, 개그 코드는?” 소개팅 대상보다 질문이 많았다. 반면 B는 담백하게 “만나볼게요”라고 대답했다.
A는 남자친구가 있고,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였다. B는 남자친구가 없고,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아온 친구였다. 나는 A와 B의 중간쯤 된다. 나와 B는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었고, 솔직히 이런 소개팅 주선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나는 사진도 안 보고 그냥 나갈 때도 많다. 하지만 A는 사람 만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B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나는 A의 반응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A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언니,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라고 했다. 이어서 “저도 언니처럼 인정을 빨리 하려고요. 제가 B 상황을 몰랐네요.” 하는 걸 보고, 이 쪼끄만 애도 조금씩 크고 있구나 싶었다.
이러나 저러나 얼른 B의 재밌는 연애 소식을 듣고 싶다.